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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비를 바라보다가
HIT 701 / 정은실 / 2007-11-13
요즘 바람이 한 번 스칠 때마다 우수수 떨어져내리는 낙엽비를 보셨나요?
봄밤의 벚꽃비만큼이나 아름답지 않습니까?
늦가을을 무척 좋아하는 저는 해마다 낙엽비에 그리고 한차례 비가 내릴 때마다
점점 비어가는 나뭇가지의 여백이 주는 운치에 취합니다.
좋아하면 관심을 갖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되면 더 많은 것이 보인다고 했던가요?
낙엽비를 바라보다가 문득 의문이 생겼습니다.
어떤 나뭇잎들이 먼저 떨어지는 것일까,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나뭇잎들은 왜 그런가?
특히 다른 가지들은 다 잎을 떨구었는데 어느 가지의 잎들만 일부 남아 있는 나무들을 보면 왜 그런지가 무척 궁금했습니다.
엊그제 단풍이 절정에 달한 한 대학의 캠퍼스에서 숲해설가 백오를 만났습니다.
기회를 놓칠세라 물어봤더니, 그 잎들은 늦게 난 잎들이거나 그늘에서 자라서 아직 충분히 다 성장하지 못한 잎들이랍니다.
그 해설을 듣다가 `아하` 했습니다.
우리 왜 그런 이야기 하지 않습니까, `늦었다고 생각할 필요없다. 하지만 굳이 늦었다는 생각이 들거들랑 남들보다 5년이나 10년 더 살면 되지 않니?`
시작은 남보다 늦어도 남들처럼 끝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조바심과 경쟁심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경쟁은 나 자신의 오늘 모습과 하는 것이지 남들의 지금 모습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내가 다다르고자 하는 지점으로 내 안의 목소리를 따라가면 되는 것입니다.
우리 마음이 깊어지고 고요해질 때 우리는 누구나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자정이 가까워오는 늦은 밤입니다.
지금도 바깥에는 한 자락 바람이 지나가고 있을 것이고,
우수수 낙엽비가 내리고 있을 것입니다.
자기 안에 내재된 성장의 시계를 따라 마지막 순간까지 살며
그때까지 가장 아름다운 빛깔로 자신을 지탱해준 가지를 장식하고 있는 잎들.
낙엽비가 저렇게 자주 내려도 아직 나무를 지키고 있는 잎들은,
자신의 내면의 시계를 따라 지금 그곳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자연의 한 모습입니다.
그들이 있기에 나무들이 한 번에 모든 잎들을 벗지 않아서 더 아름답지 않습니까?
모든 존재들은 그들이 그들의 모습으로 그러하게 있는 그 자리에서 아름다운가봅니다.
깊은 가을밤에, 내 내면의 시계와 내가 가장 아름답게 서 있는 공간을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