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

- 좀 늦게 일어났지만 모닝 페이지를 쓰며 아침을 열었다.

 

08:00

- 40여분동안 전화 코칭을 하였다. Client의 문제 발견과 해결책 도출, 그리고 실행 계획 수립을 도왔다.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하는 힘이, 그 자원과 잠재력이 그의 내부에 있음을 다시 한 번 경험하였다.

 

09:30

 

- 두 아들녀석의 공개 수업에 참석하였다. 참석한 학부모의 열에 아홉은 어머니였다. 자식 공개수업에 참석하기 위해 휴가를 내겠다고 말하기 어려운 우리 기업 현실이 씁쓸하다. 부모가 둘 다 참석하지 못하는 아이,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참석하는 아이는 어떨까 잠시 생각했다. 학교 건물로 들어서는데 검은 비닐 봉지가 준비되어 있었다. 슬리퍼 대용으로 비닐 봉지를 떠올린 그 사람의 상자 밖의 사고에 감탄하였다.

 

- 아들 녀석 교실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언제 학교에 왔더라. 내가 무심했구나...` 평소보다 정성을 더 들인 수업이란 걸 감안해도 교육의 흐름과 교수방법이 무척 발전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 6학년인 큰 아이가 수업받는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니 참 놀라웠다. 잠시도 쉬지 않고 움직였다. 손톱을 깨물고, 손바닥의 앞뒤로 리드미컬하게 책상을 두드리고, 앞뒤옆 친구들에게 시시때때 고개를 돌렸다. 저 녀석이 내 자식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내 자식이 맞았다. 자기 딴에는 진지하게 말했는데, 그건 바로 전에 친구들이 대답한 내용이었다. 뒷북을 치는 것이었다. 자기 생각에 빠져 선생님이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지 못한 것이다. 가끔 어르신 이야기를 놓쳐 아내로부터 핀잔을 듣는 내 모습과 그대로 겹쳐졌다.

 

그럼에도, 간혹 자기 세계에 빠지고 겉으론 산만하게 보여도 배울 건 다 배우는 녀석이 기특하다. 선생님도 우리 아이가 집중하지 않는 것 같은데 나중에 보면 다 알고 있어서 놀라신단다. 대견하고 신통하다. 어떻게 저 녀석의 장점을 살려줄까 고민해본다.

 

- 둘째 녀석 수업 모습도 잠깐 들렀는데 그 놈은 무엇을 해도 귀엽다. 어쩌면 저렇게 귀여울 수 있을까. 아빠를 보고 좋은 티를 온 얼굴에 나타낸다. 1학년 때 학교에 적응하는라 무척 힘들어 했는데 이제 많이 편해졌다.

 

13:30

 

- 모 대학 경쟁 프리젠테이션에 Sub PM으로 참석하였다. PM을 도와 질의에 대답하였다. 고객(대학)이 공정한 평가를 위해 과정을 매우 세심하게 관리 진행하고, 진지하게 경청하고 질문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 대학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게 되었다. 고객이 컨설팅 업체를 평가하는 자리였지만 동시에 우리 또한 고객을 평가하였다.

 

15:30

 

- 모 기업의 지점장과 인터뷰를 하였다. 한 지점에서 채용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실태와 문제점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지점장이 매우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다. 주제가 채용 과정 및 기법들에 관한 것이었지만, Interviewee와 깊게 교감하면서 지점 관리와 리더십에까지 대화 주제가 확장되었다. 리더십에 대해 살아있는 사례들을 접하였다.

 

18:00

 

- 이기찬, 김지혜의 레인보우 파티에 참석하였다. 200명을 훌쩍 넘긴 인원이 참석하였다. 다른 빛깔의 세 강연자, 막간을 이용한 과하지 않은 여흥들, 정성이 담긴 준비물들과 진행, 첫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진심으로 그들의 첫 걸음을 축하했다. 그들은 그들의 기질대로, 우리는 우리의 기질대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 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공통의 주제를 갖고 있었다. 시즌 2가 기다려진다. 우리와 어떻게 결합될 수 있을까...

 

22:30

 

- 왠만해선 참석하지 않는 뒤풀이에 함께 했다. 존경하는 스승님들, 보기만해도 반가운 꿈벗들, 황혼과 알트, 우리는 유쾌하게 떠들고 놀았다.

 

25:30

 

- 시간이 정확한 지 모르겠다. 2시쯤 이었던 것 같다. 귀가하여 메일 체크하고 씻고 침대에 누워 성찰 일기를 말로 썼다 - 과거의 성취, 몰입, 행복의 순간들, 내가 알아 차린 나의 패턴과 선택, 어제보다 아름다워진 점, 감사한 일.

 

2007년 11월 14일 하루를 잘 살았다.

 

활동량이 많다는 건 좋은 일이다. 그 활동에 분명한 목적의식 담겨 있다면 아주 좋은 일이다.
거기에 배움과 즐거움까지 충만했다면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2007년 11월 14일, 오늘은 성취와 몰입, 행복의 경험으로 내 기억속에 선명히 각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