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개발연구소 로고

2007년 11월 14일 하루 2

HIT 548 / 정은실 / 2007-11-15



07:20


기상. 밤에 난데없이 팔에 통증이 있어서 잠을 설쳤다가 늦게 일어났다. 모닝페이지를 쓸까 가족들을 위한 된장국을 끓일까 고민을 하다가, 40분간 된장국을 끓이며 아침상을 준비했다.


08:00


아이들과 아침 식사. 오늘 공개수업이 있는 두 아이들이 `9시50분까지 오셔야 해요.`라는 이야기를 두 번이나 한다. 시간이 겹쳐서 엄마 아빠가 자기들 반에 동시에 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절반씩 보고가야 한다고 말했다. 수업전체 내용, 너희들이 어떻게 참여하는지를 모두 보고 싶어서 엄마 아빠가 각자 한 반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더니 그러면 누가 자기 반에 올 것이냐고 심각하게 묻는다(엄마가 자기 반에 오면 좋겠다고 해서 아빠랑 제비뽑기를 하겠다고 말해줬다. 나중에 아빠에게 이 이야기를 해줬더니 무척 서운해했다.).

 

예정되었던 인터뷰와 미팅이 취소되어 아이들을 위한 시간을 낼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09:30

 

둘째의 수업에 참석. 고만고만한 아이들 44명이 모둠으로 앉아 있는 교실에서 둘째의 모습이 바로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는데, 앞 쪽을 바라보니 벌써 엄마를 찾아내고 온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가득한 둘째의 얼굴이 보인다. 집에서 볼 때 보다 학교에서 보니 더 귀엽다. ^^

 

공개수업이라 평소보다 더 신경을 쓰기는 했겠지만, 수업의 구성과 방법이 참 좋았다. 적절한 호기심 유발, 학습의 주제와 잘 맞는 모둠 활동의 주제와 방법, 활동 후의 정리, 한 명 한 명 아이들의 참여를 배려하는 선생님의 모습......

 

부모님들 앞이라서 평소보다 더 긴장하며 발표를 하는 아이들 모습이 귀여웠다. 부모님 자랑을 하라고 하니까 `우리 아버지는 싸움을 잘합니다.`라고 한 아이가 발표를 해서 뒤에 있던 부모님들 모두가 뒤집어졌다. `우리 어머니는 요리를 잘 하십니다.`라고 말한 한 아이가 자기 엄마가 어떤 요리들을 하시는지를 9개쯤 열거(음식점에서나 먹는 요리 이름)하자 앞서 한 두 가지 음식으로 칭찬을 받았던 엄마들이 살짝 민망해하며 부러워했다.


아이들의 발표력에는 차이가 있었다. 어른 수준으로 논리정연하게 발표를 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또래 친구들이 듣고서도 `무슨 이야기야, 그게?`라고 질문을 할 정도로 두서없이 말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어떤 차이가 아직 2학년 밖에 되지 않은 저 아이들에게 있는 것일까, 한참 생각을 했다(거기에서도 그런 생각을 하다니 직업병이다. ㅠㅠ).

 

공개수업이 끝나자 둘째가 얼른 곁에 오더니 `이리 와봐. 내 작품 전시회 봐.` 하며 손을 끈다. 아, 자랑하고 싶은 것이 있다보다 하고 따라갔더니 수업시간에 만든 미술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참 잘 만들었다. 나날이 좋아지는 모습이 보이는 기특한 녀석...


6학년인 큰 아이가 서운했겠다 싶어서 쉬는 시간에 얼굴이라도 보려고 6학년 교실로 올라갔다. 체육수업을 나가고 자리에 없어서 메모를 남기고, 전시된 작품만 보고 돌아왔다. 자기가 집중해서 하는 일에는 참 치밀한 큰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수업 받는 도중에 큰 아이 모습이 어땠냐고 아빠에게 물어봤더니, 집중을 하지 않고 자기 세계 속에 있는 것 같은데 그래도 알아듣고 시험 성적도 잘 나오는 것이 참 신기하다고 말했다. 남편으로부터 아이 모습에 대한 설명을 듣다가, `빈이가 당신을 겉만 닮은 것이 아니네. 당신 닮았으면 앞으로도 잘 자라겠다.` 그랬더니 칭찬을 받은 것인지 비난을 받은 것인지 헷갈리는 표정을 지었다. 칭찬이었다. 그리고 큰 아이에 대한 내 기대였다. 아빠처럼 잘 자라기를...

 

13:30

 

휴식. 예정되었던 미팅이 취소가 되어 생긴 시간이라 뭘 해야한다는 생각 없이 마음 가는대로 즐겼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댓글들을 보고 모닝페이지 까페도 둘러보았다. 하교한 둘째와 대화도 했다. 공개수업 모습에 대해서, 몸살이 나서 링겔을 맞을 정도였는데도 열심히 수업을 하신 선생님에 대해서 칭찬을 해주었다.

 

15:00

 

큰 아이에게 NLP의 시간선 여행(자신의 미래의 목표를 선명히 하고, 과거 여행을 통해서 자기 안의 자원들을 찾아내어 목표 달성의 가능성을 더 확실히 느끼게 해주는 NLP의 한 기법)을 해주었다. 시험공부에 동기유발이 되지 않고, 그냥 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억지로 공부를 시작한 것 같아서, 처음으로 해준 것이었다.

 

아이가 참 많이 컸구나 하는 것을 알았다. 눈을 감고 집중해야 할 수 있는 그 여행을 잘 따라왔다. 느껴야 하는 부분에서는 잘 느꼈다. 과거 자기 자신이 자랑스러워하는 자원을 찾아내는 작업도 빨리 잘 찾아냈다. 마지막으로 그 기분좋은 목표달성의 느낌을 선체험하는 부분에서는 온 얼굴에 즐거움과 기쁨이 가득했다.

 

한 번도 아이를 이 방법을 써서 도와준 적이 없었는데, 이제 적절한 간격으로 NLP의 기법들을 적용해서 도와줘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리고 아이가 자기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는 경험이 무엇인지, 그 경험 속에 아이의 어떤 자원이 있는가를 알고 놀랐다. 엄마로서 아이의 많은 부분을 알고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아이의 과거 성공경험에는 정말 훌륭한 자원들이 이미 있었다. 그것을 더욱 신뢰하고 바라봐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16:30

 

레인보우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서 나가려는데 두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사이버 과정 content 개발 의뢰, 그리고 강의의뢰다. 잊지 않고 찾아주는 고객이 있다는 것은 프리랜서들에게 참 고마운 일이다. 강의의뢰를 받으면서 참 편안해하는 내 모습을 보았다.

 

17:30

 

`사랑의 기적`을 읽으며 레인보우 파티 장소로 이동. `기적수업`에 대한 이해와 강의에 기반을 둔 책이란다. 지인의 추천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예사로운 책이 아니다. 좀 더 깊게 읽어봐야겠다.

 

18:40

 

이기찬, 김지혜씨가 기획한 레인보우 파티에 참석하였다. 200명을 훌쩍 넘긴 인원을 대상으로 빛깔이 다른 세 강연자와 시작과 끝, 그리고 막간의 여흥을 넣어 구성한 `직장인 인간관계 연금술`을 주제로 한 첫 프로그램이었다. 짧은 시간, 강연 중심의 특성 상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첫 시도로서는 성공적이었다. 레인보우 파티가 정말 레인보우처럼 화려하게 아름다운 직장인 프로그램으로 성장해가기를 기원했다.


22:30

 

뒤풀이에 함께 했다. 우리를 만나기 위해서 밤늦은 시간에 달려와준 알트와 함께 참석했다. 초아 선생님으로부터 자신에게 참 잘 맞는 호를 받은 알트가 행복해해서 기뻤다. 옹이와 얼레 9명 멤버들 중에서 5명이나 모였다. 알트, 황혼, 백오, 교산, 여주.

 

자신의 철학이 있는 삶, 그리고 그 말과 행동이 그 내면과 다르지 않는 높은 인품으로 늘 나의 역할모델이 되어 주시는 구본형 스승님, 삶을 살아가고 인간을 돕는 또 한 모습을 보여주시는 솔직하고 담백하고 따뜻한 모습의 또 한 분의 스승, 초아 선생님, 그리고 벗들과 함께 하는 자리라서 새벽까지 이어진 그 모임이 좋았다.

 

25:00 (25:00시로 표시하는 아이디어는 교산의 글에서 가지고 왔다. 아직 잠들지 않은 새벽1시를 그 다음 날 1:00시로 보지 않고 25:00시로 표시한 교산의 아이디어가 훌륭하다. ^^)

 

소은(황혼의 호), 교산과 그린콜 택시로 귀가. 소은은 우리 집을 거쳐서 수지로 이동하셨다. 택시 기사님의 친절함과 자부심 가득한 말씀으로 승차가 즐거웠다. 택시타기도 그냥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이렇게 즐거울 수 있는 활동임을 느꼈다. 소은의 나머지 귀가시간도 즐거우셨으리라 짐작하였다.


25:30

 

늦은 시간 귀가하여 아이들이 잘 자고 있는지 잠자리를 살폈다. 평온하게 잠들어 있는 아이들. 아이들을 돌봐준 동생이 고맙다.

홈페이지에 새로 올라온 글들을 체크했다. 씨앗에서 숲으로 커뮤니티에 하늘의 글이 올라와 있다. 반갑다. 하늘에게 댓글을 달고 잠자리에 들었다.

 

남편과 서로 질문하고 답변하며 말로 `성찰일기`를 썼다. 그리고 레인보우 파티에 대한 배움을 나눴다. 오늘은 감사할 것이 참 많다.

 




나도 2007년 11월 14일 하루를 잘 살았다.

 

막상 하루를 이렇게 돌이켜보니 특정 시간 사이사이에 했던 일들이 잘 떠오르지 않기도 한다.

 

그래도 내 기억 속에서만도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배움이 있었음이 보인다.

 

하루를 지나서 지난 하루를 떠올려보는 작업은 이러한데,

우리가 삶 전체를 지나서 삶 전체를 돌이켜볼 때 과연 어떤 기억들이 떠오를까.

 

나는 내 삶의 마지막 시점에 무엇을 감사하며 미소 지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