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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느티나무
HIT 658 / 정은실 / 2007-04-18
요즘 봄산을 보셨나요?
아직은 드러난 맨살 위로 조금씩 번져오는 연두색 풀빛, 그리고 아기 손톱만큼 작게 피어나는 연두색 나뭇잎들이 화사함의 극치에 다다른 연분홍 꽃잎들과 어우러져서 봄의 자연이 아니면 만들어내지 못할 아름다운 색의 향연을 벌이고 있습니다.
봄산의 빛은 우리를 뒤덮어 압도할 만큼 강하지도 않고, 스러져 없어질 만큼 연약해보이지도 않습니다. 지난 겨울의 추억과 다가올 여름의 모습을 함께 담고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모습으로 수많은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습니다.
... 오늘도 저는 성장에 대하여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장에 대한 많은 메타포를 담고 있는 나무가 제 눈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우리가 탄생을 선택하지 못했듯 나무도 자신이 싹을 틔워 뿌리를 내린 장소를 선택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들 중 많은 사람들이 자신답게 성장하지 못하듯 나무도 홍수로, 그늘에 가리워, 병충해로 자신의 수명을 다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힘든 환경 속에서도 자기답게 성장한 우리 주변의 훌륭한 인물들이 있듯이, 어떤 나무는 수십 년 수백 년을 살아남아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 봄산에 오르시거든 나무를 한 번 만나보시겠습니까? 봄산에 오를 시간이 없으면 집 주변의 나무에라도 눈길을 한 번 보내보시기 바랍니다. 언제나 봄이면 새롭게 젊어지는 오래된 나무들을 만나보십시오.
문득 떠오르는 시 한 편을 올립니다. 박남준 시인의 `젊은 느티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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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느티나무
- 박 남 준
지난 가을의 잎들 온전히 떨치고 나서야 봄은 온다.
세월의 나이테가 한 줄 한 땀 켜켜로 쌓여갈수록
이 땅, 사람의 곁에 내린 뿌리들이 깊어져야 한다는 것
무성한 가지들 부끄러움 없이 곧게 뻗고
푸르게, 푸르게 잎들을 키워내서
품안이 너른 그늘도 드리워야 한다는 것.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추운 겨울 건너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오랜 가뭄 이겨내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큰바람 앞에 꺾이지 않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범람하는 홍수를 막아내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돌아보면 아득하지 않은 길이 어디 있으랴.
어질병의 현기증 일던 모진 시절 없었으랴.
말문이 막히고 기막히던 일들 이루 말할 수 있으랴.
여기 이 땅의 바람머리 언덕에 서서 나는 보았다.
사람의 아이가 자라나서 아버지가 되어 가는 일
그것은 세상의 한 하늘을 넉넉하게 받쳐줄 기둥을 세운다는 일이다.
그것은 떳떳한 삶의 밥을 지어 나누는 집을 짓고
어둔 밤길을 밝히는 꺼지지 않는 등불을 내건다는 일이다.
처음 한 알의 씨앗으로 새싹을 틔웠을 때를 잊지 않는다.
까치들이 둥지를 틀고 사람의 마을에 희망의 일들을 전하는
나의 이름은 언제나 젊은 느티나무
무더운 여름날 일하는 자의 아름다운 땀을 식히는
나의 나이는 하늘 아래 싱싱한 푸른 그늘의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