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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생일을 축하하며 어느 아내가 쓴 시

HIT 737 / 정은실 / 2007-04-18



언제 태어나든 탄생은 아름답지만, 생명의 기운이 가득한 이 봄에 태어난 것은 더 큰 축복인 듯 합니다. 봄에 태어난 남편에게 어느 아내가 쓴 시입니다. 마음이 따뜻해져서 올려봅니다. 2003년에 쓴 시네요. 아마 이 아내는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쯤 또 남편의 생일을 축하하고 있을 것 같네요. ... 오늘, 옆을 돌아보고, `당신이 내 곁에 있어서 참 행복하다`고 말해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서른여덟 살의 당신 안에는 서른여덟 번의 봄이 있다. 

               - 사랑하는 당신의 생일을 축하하며 -

                                   
              
 

                                                           - 2003. 4. 5, 당신의 아내.

 

 

 

봄은 빛으로 온다.

 

수줍은 산수유 연노랑 빛으로

 

목련의 거리낌 없는 순백의 빛으로

 

방글방글 터지는 매화의 화사한 빛으로

 

힘찬 새싹들의 연두 빛으로.

 

 



봄은 들리지 않는 소리로 온다.

 

꽃망울이 툭툭 터지는 소리로

 

새싹들이 영차 땅을 미는 소리로

 

햇살이 쏙쏙 스며드는 소리로

 

사람들의 마음이 슬며시 열리는 소리로

 

 



봄은 기다림으로 온다.

 

생명을 기다림으로

 

따사로움을 기다림으로

 

얼굴 가득한 미소를 기다림으로

 

또 한 번의 시작을 기다림으로

 

 



그리고, 당신은 사랑으로 왔다.

 

열 달의 기다림 가득 찬 사랑으로

 

오랜 산고의 기다림 가득 찬 사랑으로

 

혈연의 사랑과 대지의 사랑과 우주의 사랑으로

 

그렇게 온 당신이 지금 여기에 있다.

 

 



서른 여덟의 지금 여기 당신 안에는

 

서른 여덟 번의 봄이 있다.

 

헤아릴 수 없는 빛과 소리와 기다림과 사랑이 있다.

 

이 우주의 신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