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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 마음에 쉼표 하나 찍은 날.

HIT 558 / 정은실 / 2007-08-08




아침에는 비바람이 치고, 오후에는 햇살이 가득했던, 그리고 저녁나절에는 바람에 먹구름들 움직이는 모습이 훤하게 보였던 오늘... , 달력을 보니 오늘이 입추네요. 여름 한 가운데에 들어있어서 어린 시절 늘 낯설게 느껴지곤 했던 입추가 `음, 역시 음력이 더 잘 맞아...`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저도 이제 나이를 먹기는 먹었나 봅니다. ^^

 

입추인 오늘, 온 가족이 예쁜 찻집에 갔습니다. 해야할 일들이 있어서 마음이 좀 바빴지만, 비즈니스와 관련된 가까운 지인과의 약속이 있어서 온 가족이 서울 나들이를 갔습니다. 먹거리, 마실거리, 볼거리에 밝은 고마운 지인 덕분에 오늘 가게 된 찻집은 삼청동의 한 골목 안에 있었습니다.

 

디귿자로 배치된 구조에 커다란 통유리와 목재로 인테리어를 한, 일본풍의 한옥을 개조한 듯한 찻집이었습니다. 디귿자 가운데에는 돌로 만든 작은 연못과 여러 가지 들꽃들로 꾸민 아기자기한 느낌의 뜰이 있었습니다. 연못에 떨어지는 빗방울, 그리고 나비 한 마리가 운치를 더하고 있더군요. 좌식 나무 테이블과 목재들이 참 잘 어울렸고, 무엇보다 아름다웠던 것은 커다란 통유리 창 가득 보이는 그림같은 인왕산의 모습이었습니다.

 

찔레꽃차, 목련차, 겨우살이차 등의 차를 마시며 담소하는 동안 여러 차례 비가 쏟아졌는데, 빗줄기가 그렇게 아름다운지 참 오랜만에 느꼈습니다. 아직은 자연경관에 잘 감동하지 않는 13살, 9살 저희집 두 아들녀석들도 감탄을 하더군요... ^^

 

단정하면서도 꾸밈없는 주인 아주머니의 모습, 치마를 입고 오는 여자 손님들을 배려한 깨끗하고 예쁜 무릎덮개, 그리고 저희집 화장실보다 더 깨끗했던 보송보송한 화장실도 기억에 남습니다.

 

가을 준비로 바빠지고 있던 마음에 쉼표 하나 찍은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