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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웨이

HIT 1605 / 이한숙 / 2007-08-25




요즘 내 책 한 권 갖고 싶다는 생각이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해졌습니다.

책을 쓸 만큼 성숙해지기를 기다리다간 평생 소망을 이룰 수 없을 것이 뻔합니다.

마음속에 타오르는 욕망이 이토록 간절한데 살풀이하듯 책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전문작가도 아닌 평범한 제가 내적 욕망 하나 가지고 글을 쓴다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사적인 영역이던 글쓰기가 책을 내기 위해서는

공적인 글쓰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쓴다는 건 두렵고 떨리는 일입니다.

정말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책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고도 아직 첫 걸음을 떼지 못하는 건

아무래도 제 마음이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마음의 문제를 화두로 잡고 고민하던 얼마 전에 놀라운 책을 만났습니다.


헐리우드 시나리오 작가이자 한 때 유명한 영화감독 마틴 스콜세지의 아내였던

줄리아 카메론(Julia Cameron)의 `아티스트 웨이`(Artist’s Way)라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에 불꽃이 입니다. 

카메론은 매일 아침 일어나 바로 의식의 흐름을 3페이지 정도 기록하는

일종의 글쓰기 명상인 ‘모닝페이지’를 쓰라고 권합니다.

모닝페이지는 자기 검열(censor)의 기능이 닿지 않는

내 안의 다른 한쪽 면에 닿기 위한 하나의 방법입니다.

자신의 꿈과 자아의 세계, 불만과 희망 등 떠오르는 대로의 생각을 기록하되

8주 동안은 자동적인 자기비난을 피하기 위해서 자신이 쓴 것을 보지 말아야 한다는

규칙이 있습니다.

 

내게 1년 정도 `모닝페이지`로 시간을 주면서, 나의 내적 변화와 함께

내 주변의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 추이를 바라보는 것도

책을 위한 본격적인 글쓰기를 위해선 괜찮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모닝페이지 쓰는 것을 명상으로 이해하는 작가의 통찰에 특히 공감이 갑니다.

모닝페이지를 꾸준히 쓰다 보면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영감의 빛이
변화의 힘으로까지 발전한다는 저자의 확신에 더 매력을 느낍니다.

 

사람들이 왜 모닝페이지를 쓰냐고 질문하면 카메론은 답합니다.

위에서 말한 대로 `자신의 다른 한쪽 면에 다다르기 위해서`라고.
그 다른 한 면은 분명히 자신의 것이었지만, ‘잃어버린 나’가 있는 지점이라고 합니다.

그곳은 바로 자신의 내면의 소리, 다름 아닌 창조적 에너지를 만나는 지점입니다.

쓰기 명상을 통해 우리는 원래 그대로의 나 자신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자유를 얻게 된다고 합니다.

 

타오스 산이 바라다 보이는 멕시코의 어느 산마을 작은 벽돌집에서 이혼의 상처와

알코올 중독으로 바닥을 헤매던 그녀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이 모닝페이지입니다.

 

날씨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타오스 산은 자신이 생각한 것 보다 더 많은 질문을

그녀에게 던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습도가 높던 어느 날, `자니`라는 인물이

모닝 페이지에 등장하더니, 어느새 그녀는 그를 주인공으로 소설을 쓰고 있더라고 합니다.

 

가슴에 진동이 이는 이야기입니다. 마음의 갈증과 답답함 때문에 시작한 쓰기가
어느새 그녀에게 새 길이 되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바로 이것이구나, 책을 쓰기 이전에 내 안의 쓰레기를 먼저 청소하는 숙제가
제게 남아 있는 것입니다. 저 속에 앙금처럼 쌓여서 나를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과거의
유산들을 청산하는 것, 그것이 먼저입니다. 나를 구속하는 것은 남이 아닌 저 자신입니다. 
스스로 자유해지기 위해선 자신과의 근본적인 싸움이 필요합니다.

그러고 보니 시간과 상황을 핑계 삼아 한 번도 제 자신을 정직하게,

근본적으로 대면해본 적이 없습니다.

 

여러 가지 좋은 아이디어와 플랜과 각오들로 가득 찰 때가 간혹 있었습니다.

그러나 늘 따로 정리하고 실행할 시간을 내지 못하는,

그래서 흐르는 시간과 함께 그 모든 것들이 희석되고 흩어져서

종국에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는 악순환을 거듭했습니다.

   

모닝페이지가 저를 구원해줄 것을 믿고 이 책이 지시하는 대로 써봐야겠습니다.

 

구본형 선생님이 43세에 익숙한 것들과 결별하기 위해 시간의 가장 기본 단위인

하루를 재편하는 일의 첫 번째로 자신만의 두 시간을 떼어내신 것처럼

나도 모닝페이지를 써야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하루를 온전히 재편하지 못한 제가, 늘 실패만 거듭했던 제가 날마다 세 페이지를 쓴다는 것은
무리한 도전입니다. 그렇지만 구 선생님이 경험한 개인 인프라스트락처의 개편을 위해
이번만큼은 자신에게 제대로 시간을 주고 싶습니다.

   

자신과 더 솔직히 대면하기,

자신에게 더 진실해지기,

마음 깊은 곳에 내재한 갈망과 신의 음성 따라가기,

다른 사람들이 가치 있다고 말하는 것만 따라가다 자신으로부터는 멀어지는 오류에서

벗어나기 등이 일단 목표입니다. 일주일에 적어도 3번은 써야겠습니다.

 

제가 이 게시판에 글을 남기는 이유는 제 약속이 공신력을 갖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저의 행로를 가끔 물어주시고 격려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