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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달팽이

HIT 761 / 정은실 / 2007-10-15



어제부터 우리 집에 식구가 한 명(정확히 말하면 한 마리) 늘었습니다.

양평에서 온 배추에 붙어있던 아기 달팽이입니다.

결혼 후 집에서 애완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습니다.

회사에 다닐 때에는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키울 생각을 할 수가 없었고,

생활이 자유로워진 후에도 학업, 일, 두 아이들, 가사 외에 다른 곳에 에너지를 더 쏟을 여유가 없었습니다.

좋아하는 식물들 조차도 지금처럼 윤기나게 가꾸고 있는 것은 불과 2-3년 전부터 입니다.

그 전에는 몇 개의 화분들이 우리 집에 왔지만 제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말라죽었습니다.

아이들이 여러 차례, 강아지나 햄스터를 기르고 싶다고 말했지만 그때마다 거절을 했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학교 앞에서 한 번 사왔던 메추라기가 이틀도 제대로 살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면서 죽어가는 모습을 별 수 없이 옆에서 지켜본 후로는 절대 아무 것도 기르지 않겠다고 선언을 해버렸습니다.

 

그런 우리 집에 아기 달팽이가 살게 되었습니다.

건조해지고 추워지는 날씨에 어린 달팽이를 그냥 밖에 내놓으면 죽을 것이 뻔해서,

내가 돌볼 수 있는 만큼 돌봐줘야지 하는 마음을 먹은 것입니다.

지금 마음으로는 내년에 따뜻하고 촉촉해지는 계절이 오면

농약을 치지 않고 부드러운 잎들이 많은 밭을 골라서 옮겨주려고 합니다.

그때까지 잘 키우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달팽이한테 뭘 해줘야 하는지를 몰라서 인터넷에 들어가봤더니

참 많은 달팽이 애호가들이 있더군요.

그분들 덕분에 키우는 방법도 알고 달팽이가 얼마나 귀여운지도 알았습니다.

우리 둘째는 그 조그만 달팽이를 들여다보다가 벌써 `이 녀석이 암컷이었으면 좋겠어.` 그럽니다.

달팽이 아기가 보고 싶대요. ^^

 

예기치 않게 나타난 새끼손톱의 1/5 만한 아기 달팽이 한 마리 때문에

제가 보는 세상이 조금 더 넓어졌습니다.

신기한 것은, 신경을 쓸 곳이 하나 더 늘어났음에도 마음이 더 이완이 된다는 것입니다.

`돌봄의 에너지`가 긍정적인 것이라서 그런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