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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전문 `무지개`의 주인 아주머니

HIT 557 / 정은실 / 2007-10-19



요즘 좋은 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오늘은 좋은 천연염색 천이 있어서 방석과 쿠션을 여러 개 만들려고 한 가게를 찾아갔다가 재봉일을 하시는 주인 아주머니를 만났습니다. 거울 한 번 보며 매무새도 살필 여유도 없이 하루 종일 일만 하셨는지 화장기 없는 얼굴이 부석부석 하셔서 여기에 일을 맡겨도 될까 잠시 망설여졌습니다.


하지만 천을 보시자마자 참 좋은 천이라고 반색을 하며 손으로 만져보며 느끼는 모습이 정성스러우셨습니다. 그리고 완성된 모양을 미리 보고 싶으니 하나만 만들어줄 수 있느냐는 저의 요청에 그러마 하시며 재봉틀을 돌리시는 모습이 참 고왔습니다. 그냥 대충 가위로 쓱쓱 잘라서 손으로만 천을 접어넣으면서 박는 것 같은데 금방 네 귀가 반듯한 쿠션이 뚝딱 만들어졌습니다. 빈틈없이 재봉질을 하시면서도 왜 이런 식으로 박는 것인지 속에는 뭘 넣는 것이 좋은지를 조근조근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그 일하시는 모습과 대화하시는 모습이 참 편안해보였습니다.


이 분은 참 자기 일을 즐기면서 하시는 분이구나, 그리고 힘든 일을 하시면서도 어쩌면 이렇게 편안하실까 싶어서, `재봉일을 하신지가 얼마나 되셨나요?` 하고 여쭈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한 일이라고 하셨습니다. 표정이 참 편안해보이신다 말했더니, 정말 재봉일이 하기 싫었는데 어느날 그 일이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고 그 일을 하면서 살아야겠다고 받아들이시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풀어놓으셨습니다. 어쩌다 배우게 된 재봉일, 그러다가 홈패션을 배우게 된 일, 결혼 후 살림에 보탬이 되려고 계속한 일, 정말 그만 두고 싶었는데 신앙생활을 통해서 어느날 정말 큰 신의 존재를 진정으로 알게 되고 세 가지 순종을 하게 되었는데 그 중 한 가지가 지금 천직으로 여기는 그 일이라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때 이후로 지금처럼 편안하게 되었노라 하셨습니다.


그분에게 방석과 쿠션을 만들려고 찾아간 일이 참 다행스러웠습니다. 그냥 방석과 쿠션이 아니라 참 정성스러운 방석과 쿠션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며칠 후면 이 방석과 쿠션을 프로그램 중에 쓰게 될텐데 그때 꼭 그분의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수십 년 동안 한 가지 일을 해온 분의 손길이 닿아있고, 자기 일에 대해서 자신이 만드는 물건에 대해서 애정을 가진 분이 만든 귀한 것이라고 꼭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세상은 험한 일도 많지만 오늘 제가 만난 그 아주머니같은 분들이 있어서 여전히 이렇게 살만한 곳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