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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교육 프로그램이란 무엇인가

HIT 578 / 정은실 / 2007-11-27



오늘 오전, 그간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의 최종 결과보고가 있었습니다. 00은행 지점장분들의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실시했던 survey의 결과보고였습니다. 약 한 달간의 짧은 기간이었고 고객사의 사정 때문에 좀 더 분석해보고 싶던 몇 가지 요소들에 대한 욕심을 접어야했지만 주어진 조건 속에서 알차게 진행된 작업이었습니다. 특히 저의 지도교수님과 함께 심리학적인 여러 도구들을 적용하여 깊이 있게 survey를 진행하고 함께 분석해본 과정이 참 의미 있었습니다.

오늘 최종보고에서 역시나 고객은 survey 자체의 면밀한 분석과정과 결과보다도 그것을 어떻게 활용해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야하는가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가능한 짧은 시간에 가능한 여러 내용을 흥미롭게 다루면서도 교육의 효과를 얻고 싶어했습니다. 고객으로서는 당연히 가질 수 있는 니즈였습니다.

 

그러한 고객의 요구 앞에서 저와 같은 교육 프로그램 개발자는 늘 갈등을 느낍니다. `좋은 프로그램`은 고객이 원하는 결과를 충족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이어야 하는데, 그 결과를 충족시키기 위한 필요충분조건들에 대하여 고객과 합의에 이르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고객은 가능한 짧고 가능한 흥미롭고 가능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원합니다. 하지만 사람의 변화와 관련된 교육, 특히 내면의 변화를 다루어야 하는 교육 프로그램은 대부분 적정한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어떻게 보면, `가능한 짧은 시간에 가능한 흥미롭게 많은 내용을 잘 다루어서 효과가 나도록 해달라`는 고객의 요구로 인하여, 제가 일하고 있는 이 시장이 계속 활성화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학습한 내용이 현장에 전이(transfer)되지 못하여 새로운 프로그램과 새로운 기법들이 끊임없이 적용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악순환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는 것은 사실 우리 모두입니다. 고객은 많은 새로운 기법들을 맛보기처럼 접하다가 불감증에 걸립니다. 왠만한 내용은 이미 접해본지라 학습의 효과가 떨어집니다. 그래서 교육 프로그램 제작자들은 새로운 기법들을 만들어내고 포장하기 위하여 엄청난 노력을 투입해야 합니다. 좀 더 멀리 보며 접근한다면 오히려 서로의 투자비용은 줄이면서도 효과를 높일 수 있는데 당장의 급한 불을 끄느라 그러지 못하는 것입니다.

 

좋은 교육 프로그램은 다음의 조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1. 그 프로그램이 적용되는 회사의 상황과 학습자의 특성에 잘 맞아야 합니다.

2. 교육을 통하여 어떤 결과를 얻고자 하는가가 분명하고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3. 실제 작업현장이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지식이나 기술을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학습할 수 있게 도와야 합니다.

4. 흥미로운 활동들이 포함되어야 하지만, 학습을 돕는 흥미로움이어야지 학습자체와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안됩니다.

5. 적시에 적절한 학습자에게 제공되어야 합니다.

6. 프로그램 전체가 학습목표 하에 체계적으로 구조화되고 섬세하게 설계되어야 합니다.

7. 프로그램과 학습자들에 대한 열정을 가진 강사, 촉진자, 안내자들이 이끌어야 합니다.

8. `구체적 경험, 성찰적 관찰, 추상적 개념화, 능동적 실험`의 4가지 학습의 단계들이 균형있게 적절히 활용되어 학습의 효과를 극대화시켜야 합니다.

9. 적정한 인원, 최적의 공간에서 적용되어야 합니다.

10. 교육 후 적정기간 동안의 follow-up 작업이 필요합니다.

 

위와 같은 조건들을 갖출 때, 학습자와 학습자가 속한 조직을 도울 수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까지 좋은 교육 프로그램의 조건을 이야기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교육`이라는 용어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학습`이라는 용어가 현재로는 더 적절합니다. 좋은 교육 프로그램은 학습자가 누군가로부터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다양한 도구와 환경을 제공하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교육 컨설팅을 하다보면 참 진지하고 체계적으로 접근하려 하는 좋은 고객들을 만날 때가 가끔 있습니다. 그럴 때는 참 즐겁습니다. 일을 하는 과정과 결과를 통해서 얻는 만족도 큽니다. 당연히 프로그램의 효과도 좋습니다.

 

`좋은 고객들과 좋은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어서, 기업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정말 실제적인 도움을 받아 그들의 개인적 삶과 그들의 조직을 성장시키도록 돕는 것`, 그러한 일들을 나의 재생산을 위한 적정한 휴식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 내에서 가능한 많이 하는 것, 그것이 제가 가진 바람(want) 가운데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