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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피한 것은 그대로 수용하고 즐기기

HIT 546 / 정은실 / 2007-11-29



때로 내 힘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이 발생을 합니다. 오늘 아침에 저에게 생긴 상황은 교통사고로 인한 극심한 도로정체였습니다. 아침 9시부터 강의가 있어서 7시경에 집을 나섰는데, 강의가 있는 연수원까지 1시간에서 1시간 10분 남짓 걸리는 영동고속도로에 화물차가 뒤집어지면서 1,2,3 차선을 막아버린 것입니다.

 

처음 든 생각은, `아, 좀 더 빨리 나올 것을 그랬어...` 하는 후회였습니다. 두 번째로 든 생각도, `안내판에서 국도 우회하라고 했는데 그렇게 하는 것인데...`하는 후회였습니다. 세 번째로 든 생각은, `큰일 났네. 늦어서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우회할 곳도 없이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그냥 자책과 걱정만 하고 있는 저를 들여다봤습니다. 참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생각 바꿔보기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내가 오늘 새벽5시에 일어났는데, 서둘러서 더 일찍 나올 수도 있었지만 만약 그랬다면 그 화물차 옆에 깔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나는 나올만한 시간에 나왔고, 어쩌다 일어나는 교통사고로 운이 나쁜 일이 생겼을 뿐이야.`생각 바꿔보기를 시도했지만, 인지부조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자기 합리화 작업을 계속 하게 되더군요.

 

그래서 다음 순간, 그냥 일어난 일은 일어난 그대로 수용해버리기도 했습니다.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봤습니다. 담당자에게 연락하여 좀 늦을 수 있음을 알리고, 담당자에게 강의 첫 활동을 대신해서 진행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런 다음, 사고처리가 빨리 끝나기를 바라며 천천히 운전을 즐겼습니다.

 

나뭇잎을 모두 벗은 나무들이 산에 아름다운 선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저렇게 빽빽한 나무들이 서로 공간을 경쟁하며 또 양보하며 그렇게 무성한 산을 만들고 있었구나...

 

봄, 여름, 가을 동안의 나무들의 노고와 성장이 보였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겨울산이 좋아지고 겨울나무가 좋아진다는 어떤 분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저렇게 칙칙한 색이 뭐가 좋단 말인가, 생각했던 젊은 날의 나는 이제 없었습니다. 겨울에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색이 내 안으로 들어오는 공간 속에 가득했습니다.

 

운전은 즐거웠고 마음은 편안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사고수습이 끝났는지 도로가 열렸고 나는 9시 경에 강의실에 도착했습니다. 담당자는 편안한 모습으로 나보다 더 잘 첫 활동을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의 뒤를 이어 쉬는 시간 후에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자책하기, 합리화하기, 미리 걱정하기, 불안해하기...... 참 불필요한 것들에 우리는 에너지를 많이 씁니다. 내가 노력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들은 내가 걱정을 한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내 에너지를 그것으로부터 풀어버릴 때 상황이 자연스럽게 달라지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