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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에 쓴 글을 읽다가

HIT 613 / 정은실 / 2007-12-01



급한 일들을 일단락 지어놓고, 다음 주의 일들은 잠시 멈추어 놓고, 오전 내내 집안 청소를 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곳만 대충 정리하며 살다가 구석구석 정리를 하니까 참 정리할 것이 많습니다. 읽고 싶은 책도 많은데, 해야 할 일도 있는데, 굳이 지금 이렇게 청소를 시작한 이유는 내일 부모님이 오시기 때문입니다.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검진을 받으러 오시는데 깔끔한 성격이시라 저희 집 어지러운 것을 보시면 스트레스를 더 받으시기 때문입니다.

 

청소를 하다가 오래 전에 썼던 글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날짜는 적혀 있지 않았지만 종이가 끼워져 있는 노트를 보니 아마도 1995년 전후의 글 같았습니다. 짧은 글을 읽다가 혼자 웃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내가 다르지 않구나, 인간이 변하지 않나보다... 그러다가, 알았습니다. 아, 내 안에 이런 신념이 있었구나. 그때 내가 심었던 신념의 씨앗이 지금에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던 것이구나. 신념이 가지는 힘을 기억하기 위해서, 그 글을 이곳에 옮겨둡니다.

 

... 생각도 고민도 흔들림도 망설임도 자기비난도 많았던 젊은 날의 내 모습이 글을 보니 떠오릅니다. 그날의 내가 지금 내 앞에 있다면 아무 말 않고 그냥 꼭 끌어안아 주고 싶습니다.

 

... 세월이 다시 12년 이상 흐른 후, 그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그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나를 어떤 모습으로 보고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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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후반 젊은 어느 날의 내 짧은 일기

 

삶은 살아가는 것이다.

그 길목 길목마다 부딪히는 온갖 것들이

때로 가슴을 아프게 하고,

때로 발길을 흐트러지게 하지만,

길은 언제나 그곳에 내 앞에 있었고,

비틀거리던 나는 건강하게 또 한 발을 내딛곤 했다.

 

모든 것을 내가 움직일 수는 없음을 깨달은 날,

나의 세계는 심하게 흔들렸지만,

그러한 것마저 나의 세계이며

나는 인간에게 주어진 것에 대한 한계까지는 도달할 수 있는 잠재성을 지녔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다시.

 

주소서.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할 줄 아는 분별력을

스스로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자신과 사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