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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풍경 셋. 그림자 그림.

HIT 743 / 정은실 / 2007-12-09



지금 살고 있는 집은 2년 반째 살고 있는 집입니다.

결혼 후 처음으로 집을 사면서 오래 생각했던대로 약간의 인테리어 공사를 했습니다.

큰 여유가 없어서 많이 손을 대지는 못했지만,

거실과 베란다를 연결하고, 거실 창에는 커텐대신 하얀색 블라인드를 설치했습니다.

 

그랬더니 겨울이 되면 아침마다 참 고운 풍경화 한 폭이 만들어집니다.

겨울해의 각도가 거실 바깥에 있는 나무들의 그림자를 우리집 하얀 블라인드에 비추어서,

나무의 고운 선이 그냥 직접 볼 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그림처럼 나타납니다.

 

어떤 날은, 나무에 날아온 새의 그림자까지 비추기도 하고,

햇빛이 강한 날은 나무의 겨울눈 그림자까지도 보입니다.

 

오늘 아침은 하늘에 구름이 흐르고 있어서

블라인드에 그림자 그림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가 하는군요.

 

......

 

내가 보고 있는 것은 드리워진 블라인드에도 영향을 받고,

하늘을 흐르는 구름에도 영향을 받고,

계절 따라 바뀌는 해의 각도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있는 것은 그대로 있을 뿐인데,

내가 주의를 보내는 여러 가지 것들로 인하여,

있는 것이 지각되는 것이 달라집니다.

하여, 내가 보는 현실이 있는 그대로의 본질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것으로 인하여

가끔 이렇게 아름다움을 느끼고 즐거워할 수도 있고 새롭게 배우기도 하니,

경험한다는 것에는 옳고 그름이 없이

그저 경험함 자체로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삶은 그래서 감사하고 아름다운가봅니다.

 

......

 

오늘은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우리집 거실 블라인드 그림자 그림을 보며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