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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아침, 창밖을 보며

HIT 614 / 정은실 / 2007-12-18



눈이 옵니다.

잠시 내리다 멈출 것 같던 눈이 계속 내리고 있습니다.

소담스러운 함박눈은 아니지만 제법 고운 모습의 눈다운 눈입니다.

바람이 없나봅니다.

거의 수직으로 떨어지는 눈이 창밖 나무들 위로 조금씩 쌓이고 있습니다.

아, 지금은 바람이 부나봅니다.

저쪽 공간에 있던 눈이 이쪽 공간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점점이 떨어지고 있는 눈을 보며 오늘은 내 마음의 부스러기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이렇게 마음이 점점 가벼워지나봅니다.

 

 

저 눈이 계속 내리면 그리고 기온이 낮으면 바깥 세상은 하얗게 변하겠지요.

마음속의 부스러기를 다 떨구어낸 다음의 모습처럼 그렇게 눈부시게 하얗고 깨끗하게 되겠지요.

저 눈이 곧 멈추거나 기온이 그리 낮지 않으면 눈의 자취는 없어지고

바깥세상은 언제 눈이 왔느냐는 듯이 보이겠지요.

마음의 부스러기라는 것이 결국은 그냥 내 마음 안에 있는 것일 뿐이라서

원래 있는 것이 아니듯 말입니다.

 

 

이제 눈발이 가늘어지고 조금씩 햇살이 비치는군요.

몇십분간 사락사락 내린 눈이 내 마음의 부스러기들을 다 쓸고 갔습니다.

저 눈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듯 내 마음 부스러기도 사라질 것입니다.

내가 앞으로의 어느날 기억하는 것은 그 마음 부스러기 하나하나가 무엇이었는가가 아니라

내 마음의 무엇을 하얗고 고운 눈이 쓸고 갔다는 것일 것입니다.

 

눈을 보며 글쓰기 명상을 했습니다.

오늘 아침 내가 받은 우주의 선물입니다.

마음이 참 고요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