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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빈이의 졸업식

HIT 532 / 정은실 / 2008-02-16



오늘 2월15일 금요일, 큰 아이 찬빈이가 초등학교 졸업식을 했습니다.

사실 초등학교 졸업식이 뭐 별난 일인가 싶어 별로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냥 졸업을 하나보다 그랬습니다.

곧 진학하는 중학교에서 아이가 잘해내어야 할텐데 하는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저녁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아이의 훌쩍 자란 모습을 바라보다가 뭉클 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을 마치는구나, 이제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

그러면 이 아이가 내 곁에 있는 시간이 불과 6년이구나.

아이에게 물어봤습니다.

`찬빈아, 너 언제 독립을 할거니?`

그랬더니 아이가 대답했습니다.

`음, 제가 살 집을 하나 마련하면요.`

여러 해 전 아이가 어렸을 때에는 그런 질문을 하면

`저는 엄마랑 계속 살거예요.` 했는데,

어느 사이 대답이 이렇게 달라졌습니다.

 

문득 저의 청소년기를 돌아보아도, 그 청소년 기에 부모님의 존재는 크지 않았음을 봅니다.

친구들이 있었고, 그때로서는 걷잡을 수 없었던 삶에 대한 고민들이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그저 그 자리에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중고생 시절을 거쳐서 대학을 다니면서는 경제적인 면을 제외하고는

부모님 곁을 떠났던 것 같습니다.

그러한 제 모습을 보니 큰 아이가 제 곁에 있는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음이 보였습니다.

아직은 솜털이 보송보송한 동안의 이 아이가

잠시 후면 골격이 다 자란 성인이 되어 같은 높이의 눈길로,

혹은 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눈길로 나를 바라볼 그때가 그려졌습니다.

알 수 없는 감정이 가슴을 스쳤습니다.

 

아이가 눈부시게 커가는만큼 나는 늙어갈 것임을,

그것이 삶의 순환임을 다시 보았습니다.

그 순환 속에서 부모된 내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귀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아이 아빠와 나누다가 이야기했습니다.

좋은 습관을 물려주자고.

함께 할 6년의 세월 동안, 아이의 앞으로의 60년 이상의 세월의 자산이 될 수 있는

좋은 습관을 물려주자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보니, 우리가 물려줄 수 있는 좋은 습관이 무엇일까 부끄러워졌습니다.

우리도 그 습관을 지금부터 만들어가야함을 보았습니다.

우리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우리가 키움을 또 알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부모가 되었다는 것, 참 감사한 선물임을 또 알았습니다.

 

우리를 성장시키는 두 아이들에게 감사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