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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눈 나빠지면 어떻게 해요

HIT 543 / 정은실 / 2008-03-02



일요일이지만 오늘도 하루종일 원고와 씨름을 했습니다.

언제나 일은 계획보다 더디 끝납니다.

이번에는... 했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입니다.

대충 쓰면서 못 넘어가는 성격패턴 탓에 이번에도 몸이 고생을 합니다.

일단 써놓고 수정을 해도 될텐데, 어차피 나중에 또 수정을 할텐데, 스스로에 대한 지나친 엄격함입니다.

 

가족들이 왔다갔다 하는 것이 집중에 방해가 되어

아예 노트북을 들고 안방 침실 옆의 작은 책상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평소에는 햇살이 잘 들고 아이들과 수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거실 테이블에서 작업을 하는데

오늘은 집중이 더 중요해서 안방으로 숨어버린 것이지요.

 

저녁 무렵 어두워져서 책상 스탠드를 켜고 작업을 하고 있는데,

둘째 녀석이 옆에 다가오더니 걱정스러운 목소리와 표정으로 말합니다.

`엄마 눈 나빠지겠어요. 엄마 눈 나빠지면 어떻게 해요.`

순간 가슴이 뭉클합니다.

한참 둘째 녀석을 붙잡고 아직 아기뺨같은 뺨을 부비며 뽀뽀를 퍼부었습니다.

 

둘 다 아들인데 큰 아이와 둘째 아이는 이렇게 표현의 방식이 다릅니다.

논리적으로 생각은 잘하는데 정서적인 표현을 내면에만 두고 잘 표현하지 않는 큰 아이,

속이 상하면 이미 눈물부터 맺히는 둘째 아이,

두 아이의 장점이 통합이 되면 정말 좋을텐데 하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바쁘거나 가끔 몸살이 나서 누워있을 때에는,

`엄마 아픈가요? 약 드셨어요?`하거나 엄마가 아픈지도 모르는 큰 아이보다

`엄마 아파서 어떻게 해요.` 하며 엄마를 토닥거리는 둘째 아이가 더 살갑습니다.

 

원고쓰기로 시작해서 원고쓰기로 끝나는 오늘 일요일도 이제 깊은 밤입니다.

둘째의 토닥거림을 생각하며 잠이 들까 합니다.

때로, 이치에 닿는 설명보다, 이렇게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날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