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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만큼 자란 자바의 새싹을 보며

HIT 972 / 정은실 / 2008-03-07



우리집 거실 창가에는 가지 14개가 다 잘린 자바화분이 있다.

2년 반 전에 우리 집 식구가 되었는데 그사이 키가 천정에 닿도록 자라버렸다.

그래서 작년 12월 초에 다시 잘 자라기를 바라면서 가지를 2/5 지점에서 모두 잘라버렸다.

그냥 말라죽어버릴 수도 있을 정도의 스트레스였을텐데 다행히 자바는 지금

각 가지마다 손톱만한 새싹을 틔워내고 있다.

 

가지를 자른 후 약 보름 이상은 죽은 듯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온 식구들의 지탄을 받은 시기였다. 쓸데없이 가지치기를 했다고.)

그렇데 약 보름 이상이 지난 후에 잘린 가지 위치 약 1cm쯤 아래 부분에

미세하게 세로로 균열이 생기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나서는 또 아무 일도 없는 것 같더니,

약 보름에서 한 달이 다시 지나면서 아주 작은 연두색 새싹이 살짝 그 틈으로 머리를 비췄다.

 

가지를 자른 지 세 달이 넘은 지금,
겨울이라 창가가 추워서 그런지 온 가지를 한꺼번에 잘린 상처가 커서였던지

어떤 것은 손톱만큼만 싹이 자랐고 어떤 것은 아직도 볼록하게 튀어나와 나올 준비만 하고 있다.

참 더디게 자란다.

 

요즘 날마다 그 자바를 한 번씩 들여다보는 것이 기쁨이다.

모든 가지를 잘리고도 다시 자라나는 식물의 생명력에 감탄하고,

그 14개 가지들에서 새로 자라나는 새싹들의 성장 속도가 서로 다름에 신기해한다.

마감을 놓치는 일들로 마음이 바빠질 때,

그들이 새롭게, 그들의 속도로 자라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서두르지 말아라 하는 소리가 들려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