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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빈이의 좋은 세계 작업 돕기

HIT 566 / 정은실 / 2008-03-29



 

올해 중학생이 된 큰 아이의 어깨가 요즈음 무거워보였습니다.

늘어난 수업시간, 어려워진 학과 내용에

사춘기가 시작된듯 예민해진 마음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힘들어보였습니다.

아이와 우리의 소망대로 학과목을 가르치는 학원은 아직 다니지 않는데도

방과 후에 미술학원과 검도학원을 다니면서 아이는 마음도 몸도 바빠보였습니다.

 

드디어 그저께 밤에 검도학원에서 한밤중에 문자메시지를 받았습니다.

그 문자를 받고서야 검도학원에 간다고 나갔다가 끝난 시간에 제대로 돌아온 아이가

사실은 학원에 가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을 하다가,

아이의 마음에 불꽃을 일으켜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아이와 여러 주를 미루고 있던 `좋은 세계 만들기` 작업을 했습니다.

오늘은 꼭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다짐 때문이었는지

아주 자연스럽게 그런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찬빈아, 너는 네가 27세때쯤 어떤 모습이면 좋겠니?`

질문을 받자 어리둥절해하던 아이는 `글쎄요`라고 말은 하면서도 곧 표정이 환해졌습니다.

`네가 그때 어떻게 되어 있고 싶은지를 상상해보는 것을 엄마가 좀 도와줄까?`라고 제안하자,

예전에도 비슷한 작업을 해본 적 있는 아이는 좋아라 하며

쇼파에 앉아서 하겠다면서 편안히 자세를 잡았습니다.

 

아이는 27살의 자신을 아주 쉽게 떠올렸습니다.

185센티미터의 키(지금 자기 키가 작아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거든요. ^^)에

잘 생긴 청년으로 자란 자기 모습을 떠올리며 즐거워했습니다.

우리 집 거실 정도의 작업실에 앉아서 혼자 펜으로 만화를 그리고,

하루에 한 시간쯤은 자유롭게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자기 모습을 보며 입이 귀에 걸렸습니다.

인터넷에 올린 자신의 작품에 수천개의 덧글이 달려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어느 덧글이 가장 좋으냐고 물었더니 `작가님, 존경스러워요.`라는 덧글이라고 했습니다.

자신의 작품을 모아서 낸 단행본 책도 잘 팔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하는 아이는 그것을 선명한 사진으로 만들어서 기억했습니다.

27세에 자신이 그렇게 되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어서, 꿈을 이루어서,

참 좋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일을 더 잘하는 데에 도움이 되도록 미술이나 만화를 잘 배울 수 있는

좋은 학교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엄마와 함께 `좋은 세계 그려보기`를 해본 아이는,

아빠의 도움까지 함께 받아서 `계획하기` 작업을 해보았습니다.

엄마 아빠가 하고 있는 `씨앗에서 숲으로` 프로그램에도 관심이 있어서,

아이는 100일 프로젝트에서 하는 일을 아주 쉽게 이해했습니다.

아직 어리고 아이의 성격이 장기간 지속되는 일을 재미있어 할 것 같지 않아서,

일단 1주일간의 약속 지키기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아이는 억지로 마지못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벌칙이나 보상이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즐거운 표정으로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큰 아이 찬빈의 마음밭에 있던 씨앗 하나가 싹이 터서 아주 기쁩니다.

아이의 마음밭은 우리가 염려했던 것이 무색하게 아주 비옥했습니다.

아직 어려서 이러한 내용들을 잘 이해할까, 논리적인 아이가 이러한 상상작업을 신뢰할까

자유로운 아이가 1주일간의 자기와의 규율을 지키는 작업을 시작하려할까

우리의 그러한 염려가 무색하게 아이는 이미 이루어진 꿈을 보는 작업도

1주일간의 계획을 수립하는 작업도 참 잘 해냈습니다.

 

우리가 염려했던 것처럼 아이에게 뭔가 하고자 하는 열정이나 꿈이 없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씨앗 위의 돌 하나를 살짝 치워주었을 뿐인데,

그 씨앗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뾰족한 싹을 땅위로 내밀었습니다.

이제 부모로서 우리가 할 일은

그 씨앗이 잘 자라도록 옆에서 물을 주고 햇살을 비추어주는 일이겠지요.

그것이 부모로서 지금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이겠지요.

우리 아이와 우리가 소중하게 믿는 도구를 나눌 수 있어서 오늘 참 행복합니다.

찬빈이의 씨앗이 아름드리 나무로 자라고 누구나 걷고 싶은 숲이 되는 꿈을 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