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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습 들여다보기

HIT 692 / 신재동 / 2008-03-31



올해 들어서는 주로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사적인 얘기가 많습니다.

가끔 이곳에도 글을 올리고 싶으면서도 사적인 얘기는

아무래도 부담이 되기에 자꾸 미루곤 합니다.

오늘은 제 블로그에 올린 글을 이곳에도 그냥 별 생각 없이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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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기는 몰라도 자동차 운전과 관련하여 부부간에 크고 작은 싸움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것 같다. 어제(3/28), 아내의 지인(知人) 결혼식이 혜화동 부근에 있어 차를 타고 함께 그곳으로 향했다. 며칠 전 아내가 필(feel)이 꽂혀 나를 위해 샀다는 넥타이를 매고 달렸더니 아내는 그 모습을 보고 또 무슨 감흥이 일었는지 내게 비틀즈 노래 중 아는 곡을 불러 달라고 한다. 듣기만 했지 제대로 가사를 아는 노래가 없는지라 그냥 웃으며 할 게 없다고 했는데 문제는 그때.

 

사거리에서 직진 길로 가고 있는데 갑자기 그쪽이 아니라며 좌회전을 해야 한단다. 난 기독교 회관이라는 말만 기억하고 비슷하게 방향만 잡고 가고 있었던 중이었다. 그곳은 일방통행길이라 U턴도 되지 않는 곳이다. 먼저 지나친 사거리로 다시 가려면 거의 출발지점이나 다름없는 혜화동 로터리로 되돌아가야 한다. 운전하는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공감 하겠지만 이럴 경우 정말 열이 오른다. 옆 사람이 지리를 아는 경우 적어도 몇 미터 이전에 방향을 일러 주어야 하는 것이 사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상식이니깐.

 

그런데 아내는 사실 그러한 센스가 없는 편이다. 운전 자체에 관심도 없거니와 도로에 관한 정보에도 관심이 거의 없다. 흔히 말하는 길치에 가까운 사람이다. 엄한 길을 뺑 돌아가야 하니 순간 열이 올랐다. 아내도 그것을 알고는 미안하다 한다. 마음 같아서는 계속 투덜투덜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미안해하는 사람에게 더 이상 뭐라고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하지만 미안해하는 얼굴에도 마찬가지다. 사실 목적지에 대한 사전정보 없이 무작정 차를 몰고 간 나에게도 잘못이 있다.

 

그런데 그것을 떠나 부부끼리 상대방에 잘못을 물고 늘어지는 일은 서로에게 아무런 득이 될 것이 없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모르게 그렇게 하고픈 충동을 느낄 때도 없지 않다. 그러한 행위를 통해 내가 배우자보다 더 우월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것인지 모른다.

 

알고 보면 참 유치한 것이지만 사실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사람 사이의 일이라는 것이 그런 유치한 것들 빼면 의외로 별로 할 말이 없을지도 모른다. 얘기가 조금 옆으로 샌 기분이지만 사람들과의 관계, 특히 부부 사이의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려면 이렇게 세세하게 자신의 모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제 겨우 2년 동안 부부생활 해본 사람이 마치 고수인 것 마냥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이 과연 지당한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짧은 시간이나마 함께 살면서 내 나름대로 터득한 것이니 의미가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다.

 

여담으로 한 마디 덧붙여 보면, 아이들의 행동이나 말에는 보통 유치함이 가득 배어나는데 어른의 경우도 표현만 하지 않을 뿐 사실 유치한 구석을 많이 지니고 있다. 그 부분에 대해 따로 연구한 바는 없지만 자신에게 그런 면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도 일종의 지혜가 아닌가 싶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다 보면 다른 사람에게서 종종 그런 면을 발견하곤 하는데 나에게도 그런 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혹은 그런 모습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 그것은 필히 갈등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