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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에 싹을 틔운 오래된 소망 두 개

HIT 820 / 정은실 / 2008-05-03




여러 주 전에 교산이 역량연 칼럼(Ignite You & Your People 제30호)에서

`오래된 소망 되살리기`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 글을 읽으면서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나에게 아주 오래된 소망들이 있었고 최근 그 소망들 여러 개가 이루어졌음을 알았습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오래된 소망 두 가지를 들여다보며 떠오른 것을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현실로 이루어진 소망 1.

 

사람들의 마음속에 잠시 머물렀다가 떠나버리는 그런 말이 아닌

오래오래 머물다가 싹이 틀 수 있는 그런 말을 하고 싶다.

함께 만난 자리에서 생기있게 변화를 약속한 사람들이

삶의 현장에 돌아가서도 그 변화를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돕고 싶다.

 

15년 전 즈음에 전에 그런 소망을 가졌습니다.

회사에 입사를 해서 운이 좋게도 일찍 강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후 강의를 하다가

3년쯤 되던 해에 그런 소망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 강의를 참 좋아했고 참가자들의 반응도 평가도 좋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좀 더 깊게 참가자들과 만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습니다.

어떤 다른 방법이 있는지 그때는 알지 못했지만

좀 더 한 사람 한 사람과 오래 깊게 만나며 그 한 사람에게 필요한 내용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최근 저는 주 1회 3시간씩을 만나면서 12주간을 계속하는

`두려움 없이 말하고 글쓰기 코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은 그러한 내용을 필요로 하는 두 분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문득 알아차렸습니다.

그냥 그 두 분이 하자고 하셔서 한 것이 아니라,

내 오래된 소망 하나가 그 분들의 요청에 반응을 하고 움직였다는 것을.

 

 

 

현실로 이루어진 소망 2.

 

나의 책을 갖고 싶다.

내가 알고 있는 내용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서

내 강의를 듣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책을 읽는 사람들도

자신의 생각을 구조화하고 타인에게 전달하기에 실제적인 도움을 얻게 하고 싶다.

 

이 소망도 15년 전 즈음에 심었던 것이네요.

대학을 졸업한 풋내기 신입사원이, 전문적인 경력도 자격도 없이 프레젠테이션 강의를 시작하고

1-2년간 참 힘들었습니다.

반응은 좋았지만 마음 한 편이 늘 불편했습니다.

머리로 아는 내용만 떠들고 있는 듯한 불편함이 마음속에 있었습니다.

그 불편함 때문에 더 많이 연구하고 연습하고 강의를 했기는 하지만,

나는 전문가가 아니라는 생각이 늘 한 구석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현장 경험이 쌓이면서, 나를 불편하게 했던 생각들이 많이 사라지면서,

그 소망도 그냥 마음속에 묻어버렸습니다.

 

그랬는데 요즈음 책을 씁니다.

이제는 자격지심에서가 아니라, 정말 내가 오랫동안 해온 강의를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내고 싶어서,

내가 정리한 내용이 정말 도움이 될 사람들이 있을거라는 믿음에,

파트너 교산과 함께 책을 쓰고 있습니다.

그 내용과 그 가치를 알고 있는 무엇을 더 깊이 들여다보며 정리하는 것은 기쁨입니다.

소망을 품었던 그때 바로 썼더라면 또 어떤 일이 나에게 있었을지 알 수 없지만

15년이나 묵혀서 쓰고 있는 지금,

다름아닌 지금이 가장 적절한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때 썼더라면 담지 못했을 깊은 이야기들이 실무적인 기법들과 어우러지고 있습니다.

한 알의 씨앗이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흙과 온도와 수분 등의 조건이 필요한 것처럼,

소망이 이루어지는 것도 때가 있나봅니다.

 

 

어찌보면 참 늦게 싹이 튼 소망의 씨앗 두 개를 바라보면서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언젠가는 싹이 트는 것이라면, 소망의 씨앗들을 심어볼만 하구나.

만약 지금 내가 꿈꾸는 것들이 아주 오래오래 후에,

예를 들면 15년 후쯤에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그때 나는 아직 50대 후반의 나이구나.

그때도 아직 할 수 있는 일들이 너무나 많은 나이구나.

60대 후반이면 또 어떠랴.

그때라해도 나는 아직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을텐데......

 

15년만에 이루어진 소망 두 개를 바라보며,

오래전에 그 소망의 씨앗을 뿌린 나에게 감사하고,

그 씨앗이 싹틀 수 있게 햇살과 비와 비옥한 흙을 보내준 수많은 인연에 감사합니다.

 

들판에 피어난 풀 한 포기도 그냥 그곳에서 피어난 것이 아니듯

지금 내 안에서 피어난 것들도 그냥 피어난 것이 아니네요.

 

지금 내가 심는 생각의 씨앗들은 또 언제 어떻게 싹이 틀까.

내 마음 밭을 들여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