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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하고 싶어요

HIT 503 / 정은실 / 2008-05-18



 

이번 학기에 가톨릭 대학교 심리학과 학생들에게 산업심리학이라는 과목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어제 그 학생들에게 5월31일에 있는 산업 및 조직 심리학 학회에 참석하지 않겠느냐는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현재 수업 중에 사용하고 있는 교재가 외국의 저자가 쓴 교재인지라,

늘 한국상황에 대한 설명이 아쉬웠던 차에 여러 관련 주제를 다루는 학회가 있어서

반가운 마음으로 그들의 참여를 권유한 것입니다.

학부생들의 참석은 학교 별로 단체 신청이 되어야 한다고 하여 급히 이메일을 보내어

참석여부를 확인하였는데 그들은 다양한 답신을 보내왔습니다.

 

그냥 불참 의사를 표현한 학생도 있었고,

고향집에 가야하는 날이라서 안 된다는 학생도 있었고,

가고 싶지만 개인적 사정이 있어서 죄송하다는 학생도 있었고,

회신 없이 조장을 통해서 의사표명을 한 학생도 있었고,

토요일마다 하는 공부가 있어서 참석하지 못하겠다는 학생도 있었고,

현재로는 참석이 어렵지만 다수가 참석을 결정한다면 따르겠다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그 반면에, 어떤 이유인지 알 수 없지만 참석하겠다고 연락을 해온 학생도 있었고,

이미 참가신청을 직접 했는데, 단체 신청에 같이 하겠다며 알려온 학생도 있었고,

학회 장소가 무척 멀기는 하지만 꼭 경험해보고 싶다는 학생도 있었고,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다면서 참석하겠다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다양한 반응 중에서 유난히 와 닿았던 것은, `새로운 것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나는 그들이 앞으로 아마도 참 다양한 경험을 쌓아가면서 삶을 진취적으로 즐겨갈 이들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사실 아직 학부생들인지라 학회 참석이 그리 절실하지 않을 수 있고,

담당 교수가 참석여부를 학점에 반영하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미리 수업 계획에 반영하여 알려준 사항도 아니고, 참석 후 보고서까지 있는지라,

참석을 거부할만한 요소들이 충분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것을 경험해보고 싶어서 토요일 하루를 온전히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하는 그들......

 

사실 내가 그들과 같은 20대 초반이었을 때, 나는 그리 적극적으로 삶을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온전히 경험해보기, 끊임없이 새로워지기, 두려움 없이 시도해보기, 미루지 않고 뭔가 해보기,

이러한 것들의 중요성을 나도 사실은 최근 몇 년 동안에야 알아차렸습니다.

 

지난 시간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만약 그래도 후회스러운 것을 하나 굳이 찾아내라고 한다면 나는

내가 젊은 시절에 더 많이 경험하지 않은 것, 더 많이 저질러보지 않은 것을 후회할 것입니다.

 

`경험하고 싶어요`라고 쓴 신청사유를 보면서,

그러한 표현을 쓴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내용이 담긴 신청서들을 보면서 아주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이미 경험하기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젊은 그들에게 무한한 응원을 마음속으로 보냈습니다.

 

그들은 삶을 다채롭게 경험하며, 깊게 느끼고 알아차리며, 참 아름다운 삶을 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