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개발연구소 로고

잎, 잎, 풀잎마다 땀방울이 맺혔소. 구김살 없는 이 아침을 심호흡하오.

HIT 808 / 정은실 / 2008-05-30



 

어제 오늘, 강원도에서 강의가 있었습니다.

먼 길이었지만, 가족들이 보고 싶어서 어제 강의가 끝난 후에 집으로 돌아왔다가

다시 오늘 이른 아침 길을 나섰습니다.

수요일 하루를 제외하고는 한 주 내내 강의가 이어지고 있어서 몸이 많이 피곤했습니다.

그랬는데 아침 운전길에 그 피곤함을 한 순간에 녹아내리게 하는 글을 만났습니다.

 

`잎, 잎, 풀잎마다 땀방울이 맺혔소. 구김살 없는 이 아침을 심호흡하오.`

 

제가 어디에서 이글을 보았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시집도 아니고 라디오도 아니고 광고 카피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평촌에서 북수원 IC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한 고가도로 아래였습니다.

 

대개, `안전띠는 생명띠 안전선은 생명선` 혹은 `아빠 오늘도 조심하세요` 등과 같은

글이 걸려있는 장소 아시지요?

그 장소에 그 문장이 걸려 있었습니다.

 

글을 읽는 순간, 몸 가득 심호흡이 일어나고,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그런 싯구같은 글을 그곳에 붙이기로 결심한 누군지 알 수 없는 그 사람이 고마웠습니다.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입으로 외우면서 운전을 하며 정말 구김살 없는 이 아침을 심호흡했습니다.

 

한주일 내내 일하고 있는 것은 나만이 아니었습니다.

온 대지에 가득한 풀잎들도 한낮 내내만이 아니라 한밤에도 일을 하고 있었던게지요.

그저 말간 이슬로 바라보던 것을 그들의 땀방울로 바라보자,

그들이 더 아름다웠습니다.

그 노고로 이 아침이 이렇게 맑아졌구나 생각하며 감사함 담아 심호흡을 했습니다.

나의 애씀도 누군가에게 그런 큰 심호흡이 되었으면 하는 기도를 해봤습니다.

 

마음과는 달리, 에너지가 딸렸는지, 오늘 강원도에서 했던 강의는 그 어느 때보다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3시간이라는 시간을 알차게 활용하지 못했고, 사람들의 가슴속에 스며들지 못했습니다.

뭔가 다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내 가슴속에만 맺힌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오늘은 그 `풀잎들의 땀방울, 구김살 없는 이 아침의 심호흡`으로 참 좋았습니다.

아마도 오늘 내가 못다한 이야기들은,

그 어느 다른 장소에서, 내가 만날 다른 사람들의 가슴속에 더 깊게 스며들 기회가 있겠지요.

이런 여유로움을 만들어준 것도 오늘 아침에 만난 그 아름다운 글이 아닐까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