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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러운 사진틀 vs 자랑스러운 훈장

HIT 724 / 정은실 / 2008-06-07

 

김동화님의 만화 에세이 `빨간 자전거 2`를 읽다가 또 한 감동을 만났습니다.

 

결혼을 약속한 예쁜 아가씨를 데리고 막내아들이 시골집에 내려옵니다.

며느리감을 흡족하게 바라보며 부모님은 시골집 벽에 걸린 사진들을 설명합니다.

(커다란 사진틀에 여러 장의 사진들이 걸려 있는 사진틀 아시지요?

저도 옛날에 시골 외갓집에 갔을 때 그런 사진틀을 본 적이 있습니다.)

 

부모님은 사진 한 장 한 장에 담긴 사연들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합니다.

아버지가 젊었을 때 얼마나 근사했는지,

둘째 대학 졸업 때 함께 학사모를 쓰고 사진을 찍었는데 그런 사진 찍은 집이 동네에 몇 집 안된다는 이야기,

큰 아들 결혼식 때 얼마나 손님들이 많았는지......

 

그리고 걱정을 하십니다.

막내 너희들 결혼하면 그 사진들은 어디에다 걸지?

그 걱정을 듣던 예비 며느리가 냉큼 이렇게 말합니다.

안 걸으셔도 돼요. 제가 예쁘게 앨범에 넣어서 갖다 드릴게요.

그리고 앨범 몇 개 더 사다 드릴테니 저 사진들 빼서 앨범에 넣어두세요.

촌스럽잖아요...

 

(사실 저도 옛날에 외갓집에 갔을 때 벽에 걸린 사진들을 보며 촌스럽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어머니가 사진을 벽에 걸고 싶어하셔도 손사래를 치곤 했습니다.

촌스럽다고 말하는 예비 며느리 마음이 공감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부모님이 당당한 모습으로 이렇게 이야기를 하십니다.

 

그건 촌스러운 게 아니라 자식들 잘 키웠다고 보란 듯이 걸어놓은 훈장 같은겨.

드나들 때마다 사진 속의 자식들이 한 눈에 좍 들어오고 얼매나 든든허냐?

왜 자식들을 책 속에 꽁꽁 숨겨놓고 본대니?

저렇게 한 눈에 두고 봐야지, 암!

 

......

 

마음에 감동이 일었습니다.

촌스러운 사진틀이 아니라, 자랑스러운 훈장이었던 것이지요.

보고 싶을 때 언제든 바라볼 수 있는 자식들의 모습이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내 눈에 그리 보인다고 그저 보이는대로 함부로 이야기할 것이 정말 아니구나 싶습니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기는 참 어려운 일이라 때로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상황도 만나게 되겠지만,

그때에도 한 번 더 생각해볼 일입니다.

저것이 저 사람에게는 분명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거야, 다만 내가 알아차리지 못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