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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안의 씨는 셀 수 있어도 씨 안의 사과는 셀 수 없다

HIT 939 / 정은실 / 2008-06-15



 

책을 읽거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깊이 들을 때 얻게 되는 기쁨은

나의 생각을 넘어서는 깊은 통찰이나

나의 표현을 넘어서는 가슴에 와닿는 표현들을 만나는 것입니다.

 

오늘도 그런 기쁨을 누렸습니다.

박흥용씨가 글과 그림을 그린 `내파란 세이버`라는 만화를 읽다가

`사과 안의 씨는 셀 수 있어도 씨 안의 사과는 셀 수 없다`는 표현을 만났습니다.

 

눈 앞에 반으로 쪼개진 사과의 씨앗들이 보였습니다.

그 씨앗 하나가 어느 땅에 뿌리를 내려 잘 자란 나무 한그루가 되었을 때

그 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빠알간 사과들이 보였습니다.

 

내 안에 있는 씨앗을 들여다보고

그 씨앗 안에 있는 무엇을 꿈꿔보기를 자극시키는 참 좋은 표현이었습니다.

이런 표현을 만나면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깁니다.

 

그런데 이런 표현은 가벼운 말의 기교가 아님을 느낍니다.

무엇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깊은 통찰과 자신과 타인에 대한 애정이 있을 때

어떤 표현들이 가장 아름답게 빚어져서 세상에 나오고 세상에서 살아남는 것 같습니다.

나의 관찰하기, 통찰하기, 사랑하기, 표현하기를 돌아보게 합니다.

한 문장의 글이 준 파장이 오늘 내게 이 짧은 글 한토막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아마도 그 한 문장의 파장은 나에게만 일어난 것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고보니 그 한 문장에 담긴 말의 씨앗이 지금 여러 개의 열매를 만들고 있는 중인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