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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나의 패턴 이야기 하나

HIT 726 / 정은실 / 2008-06-20



오늘은 상반기 동안의 강의가 모두 끝난 날입니다. 이번 주말에 ‘씨앗에서 숲으로’ 2기 달빛오동나무의 100일 축하파티가 있고, 다음 금요일에 ‘두려움 없이 말하고 글쓰기’ 11번째 세션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예정된 기업 강의들과 학교 강의들은 모두 끝났습니다.

 

7월 초에 있는 강의까지는 열흘이나 시간이 있으니, 마음이 꼭 방학을 맞은 어린아이 같아집니다. 1월부터 지금까지, 특히 무척 바빴던 사월, 오월, 유월 세 달 동안 시간관리 마음관리 품질관리 비교적 잘 해낸 나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집니다. 바쁜 나를 이해하고 도와준 고마운 가족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이 그냥 우러나옵니다. 그들이 있음으로 인하여 내가 강의를 할 수 있었던 많은 학습자들, 그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들, 그들과의 소통 속에서 생각하고 경험했던 모든 것들이 잠시 음악이 흐르듯 지나갑니다. 스트레스를 느꼈던 일도 있었음에 분명한데 이렇게 맑고 잔잔한 음악이 흐르듯이 지나간 시간들이 떠오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이렇게 지나간 시간들 속에서 어두운 부분보다 밝은 부분이 자연스럽게 잘 떠오르는 것은 나에게 아주 특별한 일입니다.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것, 잘 한 것보다는 못한 것, 가진 것보다는 부족한 것, 기쁜 것보다는 아픈 것을 잘 찾아내곤 하던 것이 나의 오래된 패턴이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나에게 일어났던 크고 작은 변화들 가운데 두드러진 것 하나가 바로 이 변화 같습니다.

 

내 속에 있던, 울기 잘하고, 우울해지기 잘하고, 자책하기 잘하고, 걱정하기 잘하고, 조급해하기 잘하던 작은 아이 하나가 그동안 참 많이 자라서 이제야 어른이 되고 있나 봅니다. 울 수 있지만 곧 다시 웃을 수 있고,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에너지를 끌어올릴 수 있고, 자책하기도 하지만 그런 자신을 들여다보며 그대로 편안해질 수 있고, 걱정하기도 하지만 걱정으로부터 배우며 내 환경을 만들어가고, 조급해하기도 하지만 시간과 환경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힘이 생긴 사람 하나가 보입니다. 내 안에 있는 건강한 나의 모습 하나입니다.

 

우리 안에는 우리를 어떤 상황에서 자동적으로 생각하거나 느끼거나 행동하게 하는 패턴들이 있습니다. 그 패턴은 우리를 어떤 상황에서는 더 쉽게 잘 기능하게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적절하지 않게 기능하게 합니다.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것이기에 더 자주 사용해왔고, 그래서 더 많이 개발된 나의 부분들입니다. 자동적 패턴으로부터 벗어난다는 것은 많은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럴 만큼 가치 있는 일입니다. 오래된 자신의 패턴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곧 자기 자신을 확장시켜서 더 많은 상황에서 자유로워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의 오래된 어떤 패턴 하나로부터 내가 자유로워졌음을 보았기 때문에 오늘 참 기쁩니다. 잔잔한 기쁨이 음악처럼 흐릅니다. 아마도 이 기쁨은 나의 이 경험으로 다른 사람들의 패턴 벗어나기를 도우라는 우주의 선물 같습니다. 아! 이렇게 의미 찾기를 하는 것, 이것도 나의 오래된 패턴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 패턴은 밉지 않아서 그냥 계속 안고 살려고 하는 나의 패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