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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시인의 詩 나무 1

HIT 588 / 정은실 / 2008-07-07



어느 지인의 이메일 뒤에 따라온 詩입니다.

어느 산에서 본듯한 사연 많은 나무의 모습이 떠올라서,

내 주변에 있는, 여러 사연을 안고도 자기 모습대로 고운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라서,

나는 어떤 나무일까 생각하며 고운 詩 한 편 이곳에 옮겨 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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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 1

 

 

                                                 신경림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

 

반듯하게 잘 자란 나무는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 잘나고 큰 나무는

 

제 치레하느라 오히려

 

좋은 열매를 갖지 못한다는 것을

 

한 군데쯤 부러졌거나 가지를 친 나무에

 

또는 못나고 볼품없이 자란 나무에

 

보다 실하고

 

단단한 열매가 맺힌다는 것을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

 

 

 

우쭐대며 웃자란 나무는

 

이웃 나무가 자라는 것을 가로막는다는 것을

 

햇빛과 바람을 독차지해서

 

동무 나무가 꽃 피고 열매 맺는 것을

 

훼방한다는 것을

 

그래서 뽑거나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사람이 사는 일이 어찌 꼭 이와 같을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