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개발연구소 로고

욕심 하나,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기

HIT 570 / 정은실 / 2008-07-17



요즘 부쩍 노인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가끔 노인같지 않은 모습의 노인들도 보이기는 하지만,

대개는 몸의 선이 허물어지고 그냥 보기에도 기력이 없어 보이는 모습들입니다.

우리 사회가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어서 노인들이 많이 보이나보다 했는데

꼭 그것만이 이유가 아님을 알았습니다.

내 나이가 드디어 노인들의 모습에 관심이 가는 나이가 된 것입니다.

 

신호등을 건너는 데에도 시간이 부족한 노인들,

지하철 계단을 오르다가 몇 번이나 쉬며 올라가는 노인들,

자신의 몸을 지탱하기에도 어려워보이는데 무거운 리어카를 끄는 노인들,

혼자 벤치에 가만히 앉아 있는 노인들의 모습을 보다가,

아직도 욕심이 많은 나에게 욕심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기.

 

아주 고운 할머니가 되고 싶습니다.

살아온 삶도 살아갈 삶도 고요하게 지켜볼 수 있는 힘이 있는,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은 것들을 자애로운 시선으로 수용할 수 있는,

잔소리가 아니라 지혜와 사랑을 나누어줄 수 있는,

젊은이들의 눈에도 나이듦이 아름다운 일일 수 있구나 알게 하는,

힘든 일 있을 때 그저 찾아가서 함께 있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고운 할머니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게 땀 흘리며 끊임없이 배우고 나누며 살다가

홀연히 어느날 이 삶에서의 내 마지막 시간들을 알아차리고

사랑한다, 고마웠다 말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미소 띠며 인사 나누고

내가 진정으로 사랑했던 이 세상을

또 다른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듯 떠날 수 있는 축복을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육체의 건강함을 누리지 못해 병이 든다 하더라도

삶이 나에게 병듦을 경험하게 하는 의미를 겸허하게 알아차리고

고통과도 함께 사는 법, 고통으로 인하여 더 귀한 삶의 의미를 배우며

내 삶의 순간순간을 하루처럼, 하루를 1년처럼, 1년을 10년처럼 살다가

삶은 그 어떠한 모습으로도 아름다울 수 있음을 배우고 떠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떠난 나를 추모하는 그 자리에 모인

나와 삶의 시간과 공간을 나누었던 사람들이

나를 떠올리며 슬픔이 아니라 고요함과 희망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