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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보고 되돌리고 싶은 삶의 순간을 생각하다

HIT 549 / 정은실 / 2008-07-24




방학을 맞는 큰 아이가 주 1회 이상 영화 보기 계획을 세웠습니다.

덕분에 오늘 밤에 온 가족이 같이 만화영화를 봤습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라는 제목의 일본 만화영화였습니다.

엄마 아빠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영화라면서 큰 아이가 온 동네 비디오 가게를 다 돌아서

힘들게 DVD를 구해온지라, 사실은 써야할 원고 생각에 별로 보고 싶지도 않았고

뭐 그리 볼만할까 싶어서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아이의 정성을 생각하며 Beam Projector를 연결해서 대형화면을 만들어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예상 밖으로 그림도 내용도 메시지도 참 좋았습니다.

열 살짜리 막내도 열 네살짜리 큰 아이도 마흔이 넘은 엄마 아빠도 모두 감동을 했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마코토라는 평범하지만 매력있는 소녀가

우연히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힘을 가지면서 경험하게 되는 여러 가지 일들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재미 삼아 시작한 일이었는데

나중에는 자신이 시간을 되돌려 이득을 봄으로써 누군가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단지 시간을 되돌린다 하더라도 되돌릴 수 없이 진행되는 일이 있음도 알게 되고,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마음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깊은 메시지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작가의 힘이 좋았습니다.

아름다운 풍경화같은 장면들, 만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장면 처리들도 좋았습니다.

 

영화를 본 후에 남편이 물었습니다.

`당신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으면 어떤 것을 되돌리고 싶어?`

 

문득, 되돌리고 싶은 순간이 없음을 알아차리며 놀랐습니다.

굳이 되돌리고 싶다면, 두 아이들을 낳은 때로 되돌아가서 더 많이 사랑하며 키워주고 싶습니다.

그밖에는 되돌리고 싶은 순간들이 없습니다.

물론 삶을 되돌아보면,

`그때 내가 만약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아마도 많은 것이 달라졌을 장면들이 있습니다.

`그때 내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잃지 않았던 기회들, 잃지 않았을 사람들과의 관계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점으로 돌아가서 다른 선택을 하고 싶지 않은 것은,

지금의 나와 지금의 내 일상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그 선택들이 비록 그때는 힘들기도 했지만

나로 하여금 나와 타인과 세상을 배우며 성장하게 했고,

지금 여기에 나를 있게 했고,

더 나은 선택을 해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