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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서원: 매미의 열흘처럼 치열하기

HIT 686 / 정은실 / 2008-07-31



매미의 첫 울음을 들으면서 `아, 여름 시작이구나!` 했던 것이 얼마 전 같은데,

오늘 창 밖에는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매미 소리가 가득합니다.

저 소리가 시끄러워서 잠을 잘 못잤던 적도 있었는데,

요즘은 한 마리 한 마리가 온 힘을 다해서 울고 있구나 생각해서인지

소음이 아니라 한 여름에만 들을 수 있는 음악으로 들립니다.

저 소리가 나지막한 풀벌레 소리로 바뀔 때쯤이면

찬 기운 때문에 닫고 싶지 않은 창문을 닫아야하는 가을이 시작되어 있겠지요.

 

8월 달력을 보니,

지금부터 일주일 후면 입추이고, 바로 그 다음 날이 말복입니다.

말복을 이주일 남짓 지나면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로군요.

매미가 지금 왜 저리 열심히 울고 있는지 알겠습니다.

더위가 가기 전에 해야할 일이 있군요.

 

매미의 종류에 따라 그 기간이 다르기는 하지만

어떤 종류의 매미는 땅 아래에서 보내는 기간이 10년이고 땅 위에서 보내는 기간이 10일이라고 합니다.

요즘 내가 마무리하려고 하는 책쓰기 작업이 꼭 매미를 닮았습니다.

참 오랫동안 해오던 강의 내용이 알에서 애벌레에서 성충으로 진화하듯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렇게 조금씩 변화를 했습니다.

이제 그 내용을 세상에 보이려고 하는데 꼭 매미가 마지막 껍질을 벗듯이 힘이 드는군요.

이 책이 세상에 나와서도 나오기 이전만큼의 오랜 기간 이상을 살아남고

내 안에 머물렀던 것이 이제 사람들과 함께 머무르기를 바라는데,

그 바람이 너무 커서 욕심이 되었는지 한 줄 한 줄 써내려가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지난 7월, 그래서 유난히 더 더웠나봅니다.

두말글(두려움 없이 말하고 글쓰기) 1기가 마무리되었고,

두말글 2기가 시작되었고,

여러 사들의 강의가 있었고,

아버지의 입원이 있었고,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의 시간이 있었던 7월.

완료하려고 했던 책원고를 마치지 못했습니다.

바쁨과 그 바쁨 속의 성과들을 핑계 삼을 수도 있지만,

그 바쁨 때문에 못 쓴 것이 아니라 내가 글과 함께 흐르지를 못했음이 이유인지라

책원고 쓰기는 단지 글쓰기가 아니라 큰 숙제로 가슴에 남았습니다.

 

8월,

8월9일까지 [상사와 通하는 보고] 원고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열흘간 저리 치열하게 울고 있는 매미소리의 의미를 기억하며 써내려가겠습니다.

나의 욕심이 아니라 독자들에게 무엇이 어떻게 도움이 될 것인가를 생각하며 글과 함께 흐르겠습니다.

그래서 이제까지의 그 어떤 강의 경험보다 더 깊은 내적작업들이 내 안에 일어나게 하겠습니다.

 

8월 10일부터 8월 17일까지, 행복숲에 지어지는 첫 건물 `백오산방`과 함께 진행되는

집짓기 캠프에서 가족들과 온전한 노동과 쉼을 즐기겠습니다.

아이들과 스물네 시간을 자연 속에서 함께 하며 새로운 경험을 하고 오겠습니다.

 

8월 남은 날들은,

8월 18일부터 다시 시작되는 강의에서 더 건강한 모습으로 학습자들을 만나겠습니다.

그리고 2학기에 하게 되는 세 개 과목(코칭의 기법과 실제, 조직개발론, 산업상담)의

학교강의 수업준비를 좀 더 충실하게 해놓겠습니다.

 

8월의 서원을 쓰는 동안 `매미소리`가 나의 앵커가 되었습니다.

이 여름의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혹여 내 마음이 흩어질 때

`매미소리`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내 마음의 이 고요한 상태를 다시 불러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