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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끝자락, 용문에서의 강물명상

HIT 623 / 정은실 / 2008-08-25



지난 일요일 양평 사시는 고모 댁에 갔다가, 용문에 있는 강가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낚시하러 가시는 고모부를 따라가고 싶어하는 아이들 성화에 마지 못해 나선 길이었는데,

그만 그 풍광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여름휴가가 끝난 늦여름의 강에는 산과 강과 돌과 새와 물잠자리들과 우리들만 있었습니다.

구름이 한가로워 더 맑아보이는 하늘 아래로

진초록의 산들이 그 푸른 기운을 강에 가득 드리우고 있습니다.

하늘빛, 산빛으로 강은 깊고 고요했습니다.

그 강 위로 새들이 강물에 자기 모습을 비춰보는듯 미끄러지며 지나가고

까만 날개에 초록색 몸을 한 고혹적인 모습의 물잠자리들이 그림처럼 날고 있었습니다.

최근에 내린 비로 고요하지만 힘있게 흐르는 강이 살짝 경사를 이룬 곳에

어느 상류에서 떠내려오다가 자리를 잡았을 바위와 돌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고요하던 강은 그곳에서, 바위와 돌들을 지나가며 시원한 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바지를 걷고 들어가 편평한 바위 하나에 걸터 앉았습니다.

아직 여름의 온기가 남은 강물은 부드럽게 다리를 어루만지며 흐르고,

명상 CD에서 듣던 것보다 더 맑고 깊은 물소리가 온 몸으로 가득 들어왔습니다.

가만히 눈을 감았더니 이내 내가 물이 되어 흘렀습니다.

자연이 주는 이 귀한 선물......

 

물속에 손가락을 넣어보았습니다.

물속에 있는 돌 하나를 건져서 다른 돌 위로 쌓아보았습니다.

물소리가 달라졌습니다.

달라지는 물소리를 들으며 새삼 느꼈습니다.

물은 아무 소리없이 그저 고요한데,

그와 부딪히는 것에 따라 소리를 냄을.

세상도 그저 있을 뿐인데,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것들로 인하여 때로 어지러워지고 때로 아름다워지고 때로 그저 있을 뿐임을.

 

복잡한 생각에 빠진 엄마와 달리,

아이들은 물수제비를 뜨고, 피라미를 잡으며 자연과 하나가 되어 놀고 있었습니다.

그저 그 시간과 그 공간에 그대로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눈을 감고 물소리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생각조차 사라지며 고요했습니다.

 

여름의 끝자락,

용문의 강가에서 기억하고 싶은 시간을 가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