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개발연구소 로고

9월의 서원 : 가을 강처럼 흐르게 하소서

HIT 569 / 정은실 / 2008-09-01



아, 드디어 9월입니다.

개강이 되어 오랜만에 학교에 간 오늘,

한낮이었는데도 나무 우거진 교정 뒷길에는 풀벌레 소리가 가득했습니다.

지난 8월의 시간들이 한순간처럼 마음속으로 들어왔습니다.

 

8월의 열흘은 책 원고를 마무리하느라 바늘 끝처럼 날카로웠습니다.

8월의 또 다른 열흘은 흙건축 캠프에 가서 책 한 줄 읽지 않고 글 한 줄 쓰지 않으며 자연 속에 있었습니다.

8월의 또 다른 열흘에는 네 번의 강의와 한 번의 커뮤니티 모임과 3일간의 수련 프로그램 참여가 있었습니다.

 

8월 초순에 초벌구이하는 마음으로 작업을 마쳐서 출판사로 보냈던 원고는

오늘 담당자로부터 `원고가 참 좋다`는 반갑고 고맙고 기쁜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흙건축 캠프는 늘 곁에 있던 `흙`에 대해서 새롭고 깊게 배우며,

흙의 물성을 통해서 사람의 특성을 더 깊게 들여다보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8월 하순 시작된 강의들은 내가 정말 하고 싶어하는 성격의 강의와 프로그램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창조적 책읽기 모임은 여전히 만남과 나눔의 기쁨을 느끼게 했습니다.

예정에 없었던 3일간의 에니어그램 수련 프로그램 참여는 8월이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었습니다.

 

여러 학기 째 강의를 하면서도 여전히 마음에 부담이 있는 학교 강의가 세 과목이나 시작되는 9월,

8월은 나에게 9월을 좀 더 편안하게 시작할 수 있는 싱그러운 에너지를 남겼습니다.

이제 만3년이 되어가는 역량개발연구소의 전반적인 활동들을 다시 돌아보고 내다보며

고민해보려고 하는 시점에

8월은 가을 강같은 고요함을 남겼습니다.

 

아, 이 9월은 그냥 지금의 9월이 아니군요.

지나간 모든 것들이 빚어놓은 시간이군요.

문득 감사함이 마음 가득 일어납니다.

성장한 모습도 부족한 모습도 있는 그대로 비추어준 모든 경험들에게,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이 일어납니다.

 

9월의 서른 날은,

이 싱그러움과 고요함과 감사의 마음을 안고 가을 강처럼 흘러가겠습니다.

고요한 모습으로 쪽빛 하늘도 담고, 아직은 푸르른 나무 그림자도 담으며,

강을 찾는 이들에게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나누며 그렇게 아름다운

가을 강처럼 흘러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