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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서 올라오는 `화`를 다루는 법

HIT 652 / 정은실 / 2008-09-25



살아가다 보면 많은 `화(anger)`를 만납니다.

그 화를 잘 다루는 것은

나의 일상의 에너지 관리와 장기적 성장을 위해서도
타인과의 관계를 풍요롭게 가꾸어가기 위해서도 중요한 일입니다.

 

화를 다루는 것에는

내 안에서 올라오는 화를 다루는 것도 있고

타인이 내는 화를 다루는 것도 있습니다.

두 가지 모두 중요하지만 오늘은 전자에 대해서 먼저 살펴보고 싶습니다.

 

자신의 화를 다루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화남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화가 날때 사람마다 보이는 모습이 많이 다르지만 거의 동일하게 반복되는 패턴들이 있습니다.

자신의 그러한 패턴을 알아차리는 것이 가장 먼저 필요한 일입니다.

어떤 사람은 화산이 폭발하듯이 거칠게 터트리고,

어떤 사람은 자신의 화남을 제대로 자각하지 못했다가 한참 지나서 뒤늦게 화를 내고,

어떤 사람은 화내면 안된다고 생각하며 꾹꾹 눌렀다가 신체증상이 나타나고

어떤 사람은 다른 즐거운 일을 찾아서 슬쩍 회피해버리고

어떤 사람은 내 책임이다 생각하며 자책하고

어떤 사람은 그 이유를 깊이 분석하며 상황으로부터 멀리 떨어져버리고

어떤 사람은 우울해지고

어떤 사람은 별 것 아니라 생각하며 일에 더 몰입하고

어떤 사람은 타인의 행동에 대해서 원망을 합니다.

 

두 번째로는 그 패턴을 가능한 빨리 멈추고 마음속에 공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화가 난 상태에서 하는 행동과 생각들은 대개 나중에 후회를 하게 할 만한 것들입니다.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말과 행동들이 이미 돌이켜질 수 없게 저질러진 것을 봐야 합니다.

이때 멈추는 방법은, 말 그대로 `충동적으로 일어나려는 말과 행동을 잠깐 멈추고`

그 대신에 깊은 호흡을 하는 하는 것입니다.

숨이 내 안에 들어오면 몸 속 어딘가에 공간이 생깁니다.

천천히 내쉴 때 내 안에 생긴 `화`가 조금씩 빠져나가며 그 공간은 더욱 커집니다.

그 공간 속에서 보다 지혜롭게 생각하고 여유롭게 느낄 수 있습니다.

온 몸에 `화`가 가득차 있을 때에는 다른 대안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지만,

일단 공간이 생기면 보이지 않던 해결책들이 좀 더 다양한 관점의 생각들이 슬그머니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이 두 가지 방법만으로도 이미 마음에서 화는 사라집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멈추고 공간 만들기`가 쉽지가 않다는 것입니다.

알아차리기는 그런대로 할 수 있겠는데 반사적으로 나오는 말과 행동을 막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만약 그런 어려움이 있다면, 다음과 같은 생각이 도움이 됩니다.

 

`감정은 반드시 그것을 유발하는 생각이 있다. 내 안에 있는 어떤 생각이 이 감정을 유발하는가?`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의 행동을 보라고 합니다.

생각하고 느끼는 바가 담겨 있고, 관찰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런데 자기 자신의 현재 상태를 알아차릴 때에는

행동이나 생각보다 자신의 느낌과 몸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생각은 `괜찮아`라고 여기거나 여러 가지로 쉽게 합리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느낌과 몸의 상태는 그러한 직접적인 통제가 어렵습니다.

생각을 바꾼 것 같은데도 뭔가 답답하거나 무겁다면

아직 내 안에 덜 해결된, 살펴볼만한 무엇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느낌이라는 것도 참 파악하기 힘든 것이라서,

많이 연습해보지 않으면 자기 느낌이 어떤지 민감하게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같은 점을 볼 때 `화`라는 것은 참 고마운 정서입니다.

왜냐하면 `화`는 강렬하게 표현되는 정서이기 때문에 내가 지금 어떤 느낌인지 대부분 알아차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화`를 만난다는 것은

내 안에 있는 잘 보이지 않는 생각들, 오래되고 경직된 신념들을 들여다보는 참 좋은 기회입니다.

 

`~는 ~여야 한다.`

`~는 ~일 뿐이다.`

`~은 나쁜 것이다. 옳지 않다.`

`나는 ~한 사람이다.`

`나는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세상은 ~한 곳이다.`

`절대 ~한 것은 있을 수 없다.`

`만약 ~하지 않으면 위험한 일이 생길 거다.`

 

이러한 신념들에 대해서 `반드시 그런가? 그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가?`를 질문해보면 도움이 됩니다.

즉 싸워야할 대상은 `화` 자체나 `나에게 화를 유발한 사람`이 아니라,

사실 `내 안에 있는 신념들`입니다.

튀어나온 돌멩이들이 없으면 강물은 그저 흘러갈 뿐입니다.

타인의 생각이나 행동에 걸림이 있다는 것은 내 안에 무엇인가가 그것에 반응을 한다는 것입니다.

 

아, 이렇게 생각을 해보면,

`화`라는 것도, `내가 화내도록 도와준 그 사람`도 참 고맙군요.

 

- 2008년 9월25일 아침, 나를 도와준 가족들에게 고마움과 사랑을 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