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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단상 3 (특별한 벗 수지를 만나고)

HIT 501 / 정은실 / 2008-09-26

 


 

어제 저녁 식사 후에 근처에 사는 벗이 와서 차 한 잔을 나누고 갔습니다.

가까이 살고 다른 자리에서 얼굴은 가끔 보면서도 깊은 이야기를 나눈 지가 무척 오래된 벗입니다.

얼마 후면 새로운 삶을 위해서 여러 해 동안의 해외 생활을 준비하고 있는 그녀의 소식이 문득 궁금해서

이메일을 보냈더니 이내 연락이 와서 바로 만났습니다.

 

그녀와 나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어서 4년 전쯤에 한 교육 프로그램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아, 이렇게 나와 다른 사람이 있구나 하는 것을 그녀를 보며 알았습니다.

그녀는 참 반짝이는 사람입니다.

눈빛도 미소도 목소리도 말도 행동도 에너지가 가득하고 화사합니다.

물론 그 반짝임 안에는 또 다른 색깔의 혼자만의 공간이 있는 사람이지만,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말이 많지 않은 나와는 많이 다른 사람입니다.

 

그래도 그런 그녀와 내가 지난 4년 동안 어떤 기간에는 자주 어떤 기간에는 가끔 마주 앉아

일도 같이 하고 차도 같이 나누며 인연을 이어온 것은

성장에 대한 추구가 닮았고 서로의 자원에 대한 존중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어제 알았습니다.

 

그녀는 최근 자기 안에 있던 새로운 부분을 발견하며 더욱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영역에 접근하며 의식이 확장되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더 깊게 한 걸음 다가선 그녀에게서

평소의 햇살 같던 반짝임 대신 고요하고 깊은 반짝임이 보였습니다.

아마도 그녀는 가족들과 예정대로 곧 미국으로 떠날 것이고,

그 가득 찬 에너지로 많은 경험을 하고 돌아올 것입니다.

그때 그녀의 모습이 세월이 많이 흐른 후임에도 불구하고 참 아름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한편 나는 내 안에 있는 그녀가 가진 자질들을 보았습니다.

사람, 소통, 삶, 영성, 내면, 성장, 치유, 명상... 한 곳으로 주의가 모아진 것 같으면서도

여러 곳으로 튀고 있는 요즘의 내 에너지는 그녀의 모습을 많이 닮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내가 되고 내가 그녀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서로 이렇게 많이 닮아있나 봅니다.

때로 그녀가 나에게서 느꼈을 내가 그녀에게서 느꼈을 좋은 점들도 부족한 점들도

어쩌면 모두 우리 각자 안에 있던 어떤 것이 되비추어진 것이었을 뿐이었나 봅니다.

 

4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 동안의 인연에 감사를,

중요한 삶의 전환점에 서 있는 그녀에게 응원과 격려를,

그리고 앞으로의 우리 인연에 대한 기대를 보냅니다.

 

 

 

 

- 2008년 가을, 수지에게 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