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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수련 : 되어보기와 정지호흡 수련

HIT 492 / 정은실 / 2008-11-02



되어보기 수련과 정지호흡 수련을 시작했습니다.

되어보기 수련은, 어떤 사물이나 사람에게 주의를 보내고,

그 대상이 된 것처럼 느껴보는 것입니다.

정지호흡 수련은, 숨을 들이마신 후에 일정시간 호흡을 정지했다가 숨을 내쉬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일상의 수련은

지난 달에 받았던 에니어그램 영성 수련 2차 과정을 지도하셨던 물님이 내주신 숙제입니다.

 

휴일이라 아이들이 늦게 일어나고 남편은 일찍 등산을 가서 집이 조용했던 오늘 아침,

알람을 맞추어놓고 20분간 정지호흡 수련을 했습니다.

잠에서 깬지 얼마 되지 않아 몸이 덜 깨어나서인지 시작할 때에는 호흡이 짧았습니다.

호흡수련을 하면서도 잘해보려고 하는 욕심이 일어나서

정지해있는 시간을 무리해서 늘리려고 하는 나를 발견하고

계속해서 자연스러운 호흡을 찾았습니다.

알람이 울릴 때 즈음 몸과 마음이 한결 편안해져 있었습니다.

 

오늘의 되어보기 수련 첫 대상은

지난 여름 양평의 어느 강가에서 들고왔던 하얀 자갈이었습니다.

밖에 있는 것을 안으로 잘 들고 오지 않는데

그때에는 유난히 그 돌을 들고 오고 싶었습니다.

휴가철이 지나고 조용해진 가을기운이 느껴지던 강가에서

강물명상에 살짝 빠져들었기 때문에 그 기억을 돌을 볼 때마다 떠올리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하얀 돌로 주의를 보내는데 문득 바위가 떠올랐습니다.

아주아주 오래전 어느 깊은 산 계곡 가에 있었던 커다란 바위

세상은 얼마나 넓을까 세상을 돌아보고 싶은 뜨거운 꿈을 꾸곤 하던 바위는

어느날 내린 큰 비로 계곡으로 흘러들어 구르다가 부서졌습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하얀 돌은 그 바위의 한 부분입니다.

한 몸으로 뭉쳐있던 다른 조각들은 어디로 갔을까.

때로 하얀 돌은 자신이 바위로 자리잡고 있던 그 고요하던 산과 큰 바위로 있던 자신을 그리워합니다.

하얀 돌은 또한 알고 있습니다.

이제까지의 세월만큼의 긴 세월이 흐르면 자신은 더 작게 부서져서

이 세상 더 많은 곳을 보게 될 것이라는 것을.

바위였을 때에도 자갈인 지금도 어느날 하얀 모래가 되고 하얀 흙이 되더라도

자기 자신은 그대로 자기 자신으로 있을 것임.

 

하얀 돌을 손으로 감싸 잡아봅니다.

차가운 기운이 느껴집니다.

바위가 햇살을 가리며 긴 세월 안식하고 있었던 어느 숲의 시원한 그늘 같기도 하고,

바위가 흐르고 흘러온 그 긴 강물과 시냇물의 차가운 물 기운 같기도 하고,

깨어지고 깨어지면서도 사라지지 않고 견뎌온 단단한 기운 같기도 합니다.

 

물님의 말씀처럼,

되어보기를 하다가 시인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나 아닌 무엇이 되어본다는 것은 상상력을 키우고 관점을 넓혀주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 되어보기 수련을 숙제 검사일인 11월20일까지 하루 30개씩을 하려고 합니다.

유난히 이번 수련자들에게 애정이 깊으셨던지

물님이 11월20일에 숙제검사를 하러 오시겠다고 하시네요.

언젠가 하루의 수련은 물님 되어보기를 해봐야겠습니다.

아마도 그분의 힘과 따뜻함과 애정을 느끼게 되겠지요...

 

재미있는 수련 같지 않나요?

궁금하신 분은 연락주세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