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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되돌아보는 나의 의식(ritual)

HIT 528 / 정은실 / 2008-11-08



다시 `매일 글쓰기`를 시작한지 8일째입니다.

작년 10월 어느 날 매일 글을 써서 홈페이지 어느 메뉴에든 올리기로 결심한 후 거의 9개월을 지속했던

매일의 글쓰기는 나의 일상에 큰 에너지가 되어 주었습니다.

 

글을 더 잘 쓰게 된 것 같지는 않지만,

글을 좀 더 자유롭고 편안하게 쓰게 되었고,

글을 통하여 나를 노출하는 작업에 걸림이 적어졌습니다.

일상의 작고 큰일들이 제각각 더 선명하고 의미 있는 경험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느 아름다운 풍경 앞에 멈추어서,

어느 만남 후에 그 여운을 느끼며,

어느 사건 후에 그 사건과 나와 사람들을 돌아보며,

들여다보고 알아차리는 힘이 조금 더 커졌습니다.

 

그렇게 하던 매일의 글쓰기를 지난 8월,

책 원고 막바지 작업과 열흘 가까이 흙집 짓기 캠프에 들어가는 기간이었던 그때 멈추게 되었습니다.

일단 브레이크를 걸어버린 것에 다시 시동을 거는 데에 3개월이 걸렸습니다.

그래도 다시 시작하니 그때의 에너지가 바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새로운 점을 발견합니다.

 

하루를 마치는 밤에 `오늘의 글쓰기`를 하기 위해서 노트북 앞에 앉으면

아침부터 밤까지의 하루가 영화처럼 흘러갑니다.

오늘 하루 가운데 어떤 장면을 쓸까, 어떤 알아차림을 쓸까, ... 하는 생각이 일어납니다.

쓰고 싶은 것들이 많은 날은 나의 하루가 풍성했던 날입니다.

쓰고 싶은 것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 날은

변함없이 반복되는 하루를 살았거나 내 알아차림이 부족했던 날입니다.

풍성한 하루를 돌아보는 날은 즐겁습니다.

하루를 풍성하게 만들어준 것들 가운데 하나를 골라

(그것은 사건일 때도 있고, 사람일 때도 있고, 생각일 때도 있고, 느낌일 때도 있고, 행동일 때도 있습니다)

글로 옮기고 나면 마음이 더 풍성해집니다.

비록 나의 글이 아직 나의 경험을 온전히 옮겨낼만큼 섬세하지 못하지만 말입니다.

 

다시 시작한 매일 글쓰기 작업은 이렇게 나의 하루를 돌아보는 좋은 의식이 되었습니다.

 

오늘 나의 하루 영상에는,

혼자 경주로 볼일 보러 가진 어머니의 모습과,

늦가을의 처연함과,

가족들과 여행길에 함께 한 만두 파티와,

박경리 시인의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와,

물고기들도 어종에 따라서 자기들끼리 모여 있는 모습이 다르다는 것과,

형님이 끓여주신 정성스럽고 맛있는 감자탕과,

씨앗만 뿌려 놓았더니 흙이 다 길러주었다는 잘 자란 `가을 무`와,

빨간 산수유 열매들이 남았습니다.

잔잔하지만 고운 파스텔톤 같은 풍경이 아름다운 서정적인 영화 같은 하루였네요.

절정을 지나 훌훌 가벼워지고 있는 자연의 모습을 보며

그 속에 하나 되고 싶어 하는 나를 보며 이따금 그렇게 하나 되며 행복했습니다.

 

여러분의 오늘 하루를 영화처럼 돌려본다면,

어느 장면이 가장 아름답거나 인상적인 장면이었나요?

당신은 어느 장면에서 가장 행복했거나 가장 감사했거나 가장 많이 배웠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