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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서원: 고요하고 깊은 돌아봄과 내다봄의 시간

HIT 571 / 정은실 / 2008-12-01



주말에 지인으로부터 선물을 받았습니다.

올해 1월, 속리산 문장대에 올랐을 때의 남편과 내 모습이 담긴 사진액자였습니다.

그때 그런 사진을 찍었는지 우리도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1년만에 그분 카메라에서 우리 손으로 전해진 것입니다.


사진 속의 우리 모습이 환했습니다.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그때 속리산의 그 설경, 얼음꽃과 눈꽃을 보며 감탄했던 소리들, 눈을 밟던 느낌이 고스란히 살아났습니다.
세월이 또 1년이 지났구나 싶었습니다.


요즘은 시간이 순서대로 기억이 되지 않습니다.

바로 얼마 전에 있었던 일도 아주 오래 전 일처럼 기억되기도 하고,

아주 오래 전에 있었던 일이 바로 얼마 전의 일처럼 기억되기도 합니다.

내가 지금 얼마나 생생하게 느끼는가가 바로 나의 현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현재를 현실로 살지 못할 수도 있고

과거나 미래가 나의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로부터 배우기, 지금 이곳을 `날 것(raw experience)`으로 생생하게 경험하기, 미래를 끌어당기기,

그 과정들을 통해서 나의 현재와 현실를 확장시켜가기.


아, 과연 `현재`와 `현실`의 범위는 어디에서 어딜까요?

사진을 들여다보는 어제 오늘 새로운 과제가 떠오릅니다.

이번 달, 내가 현실의 과제들을 안고 살아갈 12월의 서른하루는,

올 한 해를 돌아보고, 다가오는 한 해를 내다보는 시간이 되려 합니다.

그 시간이 후회나 막연한 기대나 흥분이 아니라,

고요하고 깊은 성찰의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무엇을 경험했는지,

그 경험으로부터 무엇을 배웠는지

그 배움을 어떤 디딤돌로 삼으려하는지

그 디딤돌을 딛고 내가 선물로 받게 될 또 한 해를 어떻게 경험해갈지 고요하게 깊게 들여다보겠습니다.


12월에는 자주자주 멈춰서겠습니다.

얼마나 자랐나 내 마음의 크기도 재보고,

내 마음이 크도록 도와준 고마운 이름들을 부르며 감사기도도 해보고,

추위에 움츠리는 어깨와 허리 곧게 세우며 걸어온 먼 길을 고요하게 돌아보며

`수고했다` 말해주며 나도 한 번 안아주겠습니다.

올 해보다 나은 내년 한 해를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갈지
마음의 소리 들으며 계획도 세워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