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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웅이의 특활시간 간식

HIT 717 / 정은실 / 2008-12-06


 

아침에 둘째 아이 서웅이가 방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엄마, 간식은요?”

오늘 특별활동 시간에 엄마가 만들어준 간식을 먹기로 했다는 말이 그제야 생각이 났습니다.

어제 밤 강의가 있어서 늦게 잠이 들었는데 새벽에 몸이 불편해서 뒤척이다 늦잠이 드는 통에 잊어버린 것입니다.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고, 집에 특별한 재료도 없고, 몸도 힘이 들어서,

“서웅아, 고구마 삶아줄까? 삶은 달걀은 어때? 아니면 현미빵으로 달걀빵(프렌치토스트) 만들어줄까?” 그랬더니

“그런 건 싫어요.”하며 금방 울상이 됩니다.

평소에 엄마가 아프다면 엄마 몸부터 염려해주는 아이인데,

친구들 앞에 내놓는 간식이 ‘뽀대’가 나기를 바랬나봅니다.


몸 상태가 안 좋았지만 아이 마음을 생각하며 생각을 하다 보니 냉장고에 넣어둔 유부초밥 재료가 떠오릅니다.

“서웅아, 유부초밥은 어때?”

그제야 아이의 얼굴이 환해집니다.

당근을 잘게 썰어서 소금을 살짝 뿌려 볶고 식초를 약간 넣고 밥을 비볐습니다.

유부를 잘라 밥을 넣고 모양을 다듬었습니다.

곁에 와서 쳐다보는 아이 입에 하나를 넣어주었습니다.

당근 때문에 실망스러워하던 아이가 맛을 보더니 얼굴이 환해집니다.

작은 유부초밥 열 조각을 도시락에 넣어주고, 사과를 깎아서 따로 담아주었습니다.

학교로 가는 아이의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지금쯤 아이는 학교에서 특활시간을 기다리며 공부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있겠지요.


때로, 엄마 마음에는 크게 중요해보이지 않는데 아이 마음에는 아주 중요한 것들이 있습니다.

하마터면 오늘 엄마가 생각한 건강간식들이 아이의 하루를 우울하게 할 뻔 했습니다.

때로는 건강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오늘은 거품이 풍성한 달콤한 카푸치노를 한 잔 마시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