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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달란트 :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24년을 돌아보다

HIT 551 / 정은실 / 2008-12-15



오늘, 박사과정의 마지막 수업이 있었습니다.

수업시간에는 특별한 느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또 돌아와서도 내내 많은 생각들이 올라왔습니다.

그 생각은 내가 24년을 학교에서 공부를 했다는 것을 알아차리면서 더욱 많아졌습니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 경영대학원 2년 반,

상담심리학 석사과정 2년 반, 산업및조직심리학 박사과정 3년.

공부를 하면서 햇수를 헤아려가고 있었던 것이 아닌지라

내가 무려 24년을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는 것은 나도 믿기지가 않는 사실이었습니다.

물론 야간에 학교를 다니기도 했고, 일과 학업을 병행한 기간도 길지만

만 41년의 세월동안 24년이라는 시간이 차지하는 의미는 작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학교에서만 공부를 한 것도 아니니, 각종 프로그램을 여러 기관에서 접한 기간까지 합산하면,

그 기간은 더 길어집니다.


그 알아차림이 저녁식사 후에 노트북 앞에 앉아서 글을 쓰게 했습니다.

자유롭게 마음이 흐르는 대로 쓰는 글이 오늘은 자연스럽게 `24년간의 학업`으로 초점이 모아졌습니다.

과연 내가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해서, 어쩌다가 이렇게 오래 공부를 했나를 돌아봤습니다.

꼬박 3시간 동안 A4 용지로 열 페이지가 꽉 차는 정도의 글이 흘러나왔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 때까지의 16년은 그냥 남들이 하는 대로 진학을 한 기간이었습니다.

별로 큰 의미를 둘 기간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온전히 나의 의지로 시작했던 세 번의 대학원 진학은

돌이켜보니 참 우발적이고 충동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 시기마다 나는 뭔가 모를 가슴앓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첫 대학원(경영대학원) 진학은 몸이 많이 아팠던 때였고,

두 번째 대학원(상담심리학) 진학은 집안 안팎으로 큰 전환이 있던 시기에 마음 흐르는 대로 맡긴 결과였고,

세 번째 진학(산업및조직심리학)은 독립사업자로서의 일이 정신없이 바빠져서

몸과 마음이 분리된 것 같이 느껴졌던 때였습니다.


그 우발적이고 충동적으로 보였던 일들이,

당시의 나로서는 잘 몰랐지만 사실 내 안의 좋은세계들과 연결이 되어 있었습니다.

산을 올라갈 때에는 그냥 마음이 끌려서 발걸음 가는대로 올라갔는데

다 올라가서 뒤돌아보니 `내 올라온 길이 아름답구나!`하는 느낌일지도 모릅니다.

다른 길을 가지 않고 이 길을 왔으니 후회하지 않으려는 마음에 `아, 좋구나.`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된 연유이든 나는 지금까지 내가 올라온 길을 되돌아보니 참 고맙습니다.

그 기간이 다름 아닌 나의 달란트를 찾아내고 연마한 기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서로 연결되지 않는 것 같은 학업의 주제들이 긴밀하게 연결되었고,

비록 일과 가정과 학업을 병행하느라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한 것 같지 않지만,

그런 속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도 나에게는 좋은 공부였습니다.

조화와 균형 찾기, 정합되기, 일치감 이루기는 내 삶의 주요 테마들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주요 테마들이기 때문입니다.


돌아다보니 좋기는 하지만 그 세 번의 결정적 시기에는 삐걱거림들이 있었습니다.

일이 과부하가 되어 내 몸과 마음이 힘겨웠거나,

관계의 어려움으로 지쳐있었거나,

가속화되는 변화 속에서 톱니바퀴가 잘 맞물려 돌아가지 않는듯한,

혹은 짧은 날개를 열심히 퍼득이고 있는 것같은 그런 삐걱거림, 힘듦이 있었습니다.

그 힘듦이 새로운 변화를 시작하게 하는 버튼 누르기가 되었음에 또 참 고맙습니다.


신이 내게 주신 달란트 가운데 하나는,

배우고 익히고 성장하고 변화해가는 방법과 즐거움과 의미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임을

오늘 또 새삼스럽게 알아차립니다.

이 달란트를 알고 갈고 닦기 위해서 나는 그리도 오래 공부를 했나봅니다.

그리도 오래 부족감과 결핍감의 정서를 가지고 뭔가를 찾아다녔나봅니다.


오늘, 지나간 긴 학업으로부터 내가 배운 것을 되돌아보며 내가 얻은 것은,

신이 주신 나의 달란트 이외에도, 앞으로의 또 다른 긴 학업에 대한 알아차림입니다.


그 기간은 24년보다 훨씬 더 길 것입니다.

또 나는 이제 다시 `학교`를 통하여 배우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미 상담심리학을 공부하던 두 번째 대학원 과정에서부터도 그러했듯이

내 삶을 통하여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삶을 통하여 끝없이 배워갈 것입니다.

또한 단지 나 혼자 배우는 것이 아니라,

배움과 나눔이라는 나의 달란트를 활용하여

작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타인들과 나누는 좋은 방법들을 찾아내고 실행해갈 것입니다.

그 과정이 앞으로 내가 경험할 내 인생의 더 긴 삶의 학업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