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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祈願)의 기술

HIT 617 / 정은실 / 2009-01-02



바람도 없었는데 공기가 매섭도록 차가웠던 새해 두 번째 날이 저물고 있습니다.

오늘은 어제 읽었던 글들 중에서 어떤 글 하나가 내내 몸과 마음에 남아 있었습니다.

유성용씨가 ‘여행생활자’라는 책에서 써놓은 ‘기원의 기술’에 대한 글입니다.

머리에 남는 글이 아니라, 몸의 세포에 새겨지는 글입니다.

구체적인 사례도 명확한 정의도 도드라지는 한 문장도 없는데,

마음속에 기원에 대한 명료한 이미지를 남기는 글입니다.

 

아마도 글쓴이는 간절한 기원을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그리고 기원이라는 것의 의미를 사람들에게 무척이나 전달하고 싶어 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기원’이라는 단어 안에 담긴 간절함과 그 깊은 의미가 짧은 글 속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습니다.

요란스러움 없이 고요하고 깊어서 기원의 기술이 더 강렬하게 전해집니다.

 

2009년 나의 기원에, 기원의 기술을 써보고 싶습니다.

자주 되뇌고 암송하고 잊지 않기,

사고의 영역을 넘어서 몸으로 기원하기,

나를 묻는 것에 가까워지기,

마음의 깊은 층 위에 기원을 위치시키기,

나의 기원을 모른 척하면서도 한시도 잊지 말기,

그것이 언젠가 그 속내를 드러내어 내 생의 일부를 밝히고 사라져가게 하기.

 

그리고 한 가지 더, ‘지금 이곳에서 행.동.하.기.’

 

 

 

 

* 기원의 기술을 만드시는 데에 도움 되시라고 아래에 그 글을 옮겨놓습니다. 좋은 글을 창조적 책 쓰기 프로젝트 까페에 옮겨 놓아주셔서 좋은 생각의 씨앗을 뿌려준 안나님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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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지만 나도 기원의 기술을 하나 안다.

자주 되뇌고, 암송하고, 잊지 않을 것.

그러면 기원이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한다.

그러면 기회가 나를 스쳐 지나가지 않는다.

그것은 준비된 마음을 견지하는 것,

내 몸 구석구석 기원의 연상거리들을 포진시키고

깨어 있는 동안 늘 나의 기원을 잊지 않도록 애쓰는 것.

사고의 영역을 넘어서 몸으로 기원하는 기술.

 

무언가를 극진히 기원해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무언가를 기원한다는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기원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라는 것을.

기원하는 동안 스스로 제가 기원하는 것들의 정체를 묻지 않을 수가 없고

그것은 곧 나를 묻는 것에 가까워지지 않을 수 없다.

기원을 이해하면 그 순간 기원은 이루어지고 동시에 사라진다.

 

마음의 깊은 층위에 기원을 위치시키는 일.

스스로도 자신의 기원을 모른 척하면서도 한시도 잊지 않는 일

그것이 내가 아는 기원의 두 번째 기술이다.

 

극진히 오래 기원한다면 기원은 언젠가 그 속내를 드러내고

내 속의 달빛처럼 부서지며 환히 내 생의 일부를 밝히고 사라져갈 것이다.

 

------------------------------------------------------------------------------- 유성용의 ‘여행 생활자’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