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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스물다섯 살의 청년, `Y`를 응원하며

HIT 532 / 정은실 / 2009-01-03

 


오늘 한 청년을 만났습니다.

그는 2월이면 대학을 졸업하고 장교로 입대를 하는 스물다섯 살의 청년입니다.

지난 학기, 나의 산업상담 강의를 들었던 그는 내 책의 사인을 받고 싶다며 멀리서 찾아왔습니다.

한 학기 동안 수업 중의 대화나 발표, 보고서 등을 읽으면서도 자원이 많은 학생이구나 싶었지만,

오늘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그에게 정말 자원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아직 어린 나이가 느껴지기는 하지만 반듯한 자세에 호감을 주는 외모.

식당에 가서는 수저를 먼저 세팅해 놓을 줄 아는 예의바름.

혼자 있기도 좋아하고 외로움도 잘 타고, 외아들로 자랐으면서도

어려서부터 자주 무전여행을 했다는 그는,

여림과 강함, 내향과 외향, 생각과 행동, 그리고 이상과 현실이 잘 어우러져 있는 청년이었습니다.

 

사인을 받으러 왔다고 하면서 그는 궁금한 것도 많았습니다.

많이 질문하고 많이 듣고 많이 이야기를 하고 갔는데,

유난히 그의 이야기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있습니다.

 

입대를 두 달 남짓 앞둔 그는 제대 후의 삶을 이미 설계하고 있었습니다.

제대 후에 뭘 해야 할까 걱정이 된다고 말을 꺼내더니 이미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대개는 걱정을 하면서도 일단 군대에 가서 생각하자고 미루며 입대 전의 시간을 자유롭게 보내거나,

혹은 군대에 가서 열심히 영어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고 오겠다고 하는 학구파들이 많은데,

그는 그 특유의 상상력과 자유로운 기질을 잘 활용하여

담대하면서도 현실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저한테 꿈이 있는데요, 말도 안 되는 공상일지 몰라요.’라고 말문을 열더니

수줍어하면서도 또렷또렷하게 자기 계획을 말하는 그에게 나는 진심으로 감탄을 했습니다.

아직 어린 그가 꾸는 꿈은 참 현실적이었고 구체적이었을뿐만 아니라,

자기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타인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까지 담고 있었습니다.

 

28개월간을 복무하고 제대를 하게 된다는 그에게,

자기 안의 분노를 잘 관리하고, 군대에서 수업 중에 공부한 에니어그램을 잘 적용해보고,

향후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그에게,

나는 몇 권의 책 제목과 몇 가지의 조언을 선물했습니다.

 

군대라는 조직에서, 조직을 관찰하고 타인을 관찰하고 자기 자신을 관찰해보아라.

힘든 상사도 힘든 후배도 자기가 겪는 갈등들도 모두가 다 좋은 공부가 될 것이다.

타인을 평가하려 하지 말고, 그저 자기 자신만 잘 지켜보아도 절반 이상의 문제가 해결이 될 것이다.

어떤 생각이라도 생각의 싹을 자르지 말고 키워보아라.

가만히 멈춰서서는 아무 곳에도 이르지 못하지만, 길을 가게 되면 그 길에 연한 길을 만나듯이

설익은 생각이라 하더라도, 생각을 멈추지 않으면 그 생각은 완숙되어 갈 것이다.

군대생활이 힘들겠지만, 자기만을 위한 시간을 확보해라.

전혀 시간이 없을 때라도, 잠들기 전 5분에서 15분 정도의 시간은 자신의 것일 것이다.

그냥 피곤에 지쳐 잠들지 말고, `감사하기`를 하거나, 그날 무엇을 배웠나,

또 내일의 초점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잠들어라.

너는 깊은 내면의 소통을 필요로 하는데 그렇게 소통할 사람을 군대 생활 중에 갖지 못한다면,

그때마다 글을 써봐라, 마음이 흐르는대로.

타인을 돕고 싶어하는 사람은 자기가 먼저 자신을 대상으로 자신이 말하는 것을 실험해봐야 한다......

 

지금 생각해봐도 내가 오늘 잔소리가 많았습니다.

그는 마지막 수업을 또 받은 것 같다면서 좋다고 했지만, 내가 말이 많았습니다.

내가 말이 많아졌던 것은,

너무나 건강한 씨앗이 싹이 터서 자라고 있는 것을 보고 물을 뿌려주고 싶은 그런 기분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2009년 1월3일, 오늘은 한 아름다운 청년을 만나서 참 좋은 날이었습니다.

그가 앞으로의 긴 세월 동안 멋진 나무로 성장하고 많은 사람이 걷고 싶은 숲을 이루기를 기원합니다.

 

`Y, 군대 잘 다녀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