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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들을 위한 정서관리 도구개발의 필요성

HIT 677 / 정은실 / 2009-01-06



 

오늘 글은 제가 평소 자유게시판에 올리는 글들과 다르게 좀 길고 무겁습니다.

관리자들에 대해서나 정서관리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분들만 읽어보세요. ^^

 

정서관리는 최근 제 관심사입니다.

이 글은 주로 `외로움`이라는 정서를 중심으로 적어본 것인데,

외로움 이외에도 조직인들이 겪는 무기력함, 배신감, 시기심, 열등감, 지루함, 경쟁심 등의 부정적 정서를

개인에게도 조직에게도 도움이 되도록 다룰 수 있게 하는 구체적이고 실용적방법을

찾고 실험하고 제시하는 데에 관심이 있습니다.

생각의 씨앗을 잃어버리지 않고 잘 보관해놓았다가 키워보려고 이곳에 담아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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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들을 위한 정서관리 도구개발의 필요성

 

- ‘외로움’ 정서에 대한 사색을 중심으로 -

 

 

 

 

관리자들이 겪는 가장 큰 정서 가운데 하나는 외로움이다. 외로움은 직위가 올라갈수록 더 커진다. 외로움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홀로 되어 고독함’이라고 되어 있다. 직위가 올라갈수록 동료가 없어진다. 사장은 자신의 속내를 완전히 드러내놓고 상의할 수 있는 사람이 조직 내에 없다. 임원들도 마음을 터놓을 동료들이 없다. 같은 직위의 임원들은 격년마다 받는 평가에서 누군가는 탈락이 될 경쟁자이다. 경쟁자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토로하거나 중요한 문제를 상의하기 힘들다. 부하들 또한 자신을 밀어내고 자기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사람이다. 완전히 신뢰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부하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것은 팀장 수준에서도 마찬가지로 겪는 어려움이다. 혼자 일 수밖에 없는 이러한 정치적 상황으로 인하여 관리자들은 외로움을 경험한다.

 

관리자가 수행하는 역할도 그에게 외로움을 경험하게 한다. 관리자는 자기가 맡은 조직의 최종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고 의사결정의 책임을 져야 한다. 사안에 따라서 파급효과가 다르기는 하지만, 개인이 아닌 공적 위치에서 수행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관리자들은 자기가 수행한 의사결정의 결과가 잘못 되었을 경우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하거나 부하들과 의견을 듣거나 상사의 의중을 헤아려보기는 하지만, 어쨌든 마지막 결정은 자기가 해야 하는 것이다.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는 일을 혼자 해야 할 때 관리자들은 외로움을 경험한다.

 

일과 관련된 의사결정자 역할만이 아니라, 부하들의 평가권을 가진 평가자로서의 역할에서도 관리자들은 외로움을 경험한다. 팀 내 승진을 한 관리자들은 ‘얼마 전까지는 허물없이 지내던 후배들이 승진 후에는 거리를 두려고 한다.’라고 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잘 모르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 자신의 평가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 앞에서 자신의 흉허물까지 다 내보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관리자 앞에서 부하들은 말을 할 것과 말을 하지 않을 것을 가리게 된다. 물론 이것은 일반적인 대인관계에서도 그러하다. 다만 관리자의 역할을 맡게 되면서 더욱 많이 발생되는 일이고, 높은 직위로 올라갈수록 평가에 대한 권한이 더 커지게 되므로 관리자들은 위로 갈수록 외로움을 경험한다.

 

관리자들은 세대 차이에서 오는 외로움도 경험한다. 젊은 팀원들이 좋아하는 놀이문화에서 자신은 즐거움을 경험하지 못할 때, 자신에게는 당연한 것들이 젊은 팀원들에게는 공감이 되지 않을 때, 팀원들의 모임에 초대받지 못했을 때, 팀원들은 이해하는 인터넷 은어들을 이해하지 못할 때 관리자들은 외로움을 경험한다. 젊은 감각으로 옷을 입고, 젊은이들의 놀이문화에 참여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하여 완전히 젊은 팀원들 그룹에 속해지는 것은 아니다. 많은 관리자들이 팀원들과 잘 어울려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진다. 물론 어떤 관리자들은 자신의 문화에 팀원들을 따라오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런 관리자들은 팀원들과의 소통이 더 악화되어 결과적으로 더 외로워질 수 있다.

 

소수집단에 속하는 관리자들이 겪는 외로움도 있다. 여성 관리자, 고속 승진을 한 사람들, 외부에서 경력으로 입사를 한 관리자들이 겪는 외로움이다. 남성 관리자들이 함께 가는 모든 장소에 함께 하지 못하고 그들과 완전한 소통을 경험하지 못하는 여성 관리자, 여성으로서 받는 배려 아닌 배려와 주목은 여성들로 하여금 외로움을 경험하게 한다. 그 외로움에서 오는 위기감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많은 여성 관리자들이 모든 에너지를 일에 투입하고 자기가 담당한 조직 관리에 정성을 기울인다. 한 발 더 나아가서 적극적으로 남성들과 또 외부인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기도 한다. 성공한 여성 관리자들에게 보이는 현상이다. 그렇게 당차게 문제해결을 하지 못하는 경우 여성 관리자들은 더 높은 직위로 승진을 하지 못하고 조직 속에서 도태된다. 고속 승진을 했거나 경력입사를 한 사람들에게서도 유사한 패턴들이 발견된다.

 

관리자들을 외롭게 하는 데에는 조직 내적인 요소들만 있지 않다. 관리자가 되는 ‘나이’를 보면 그의 개인적 삶 속에서의 외로움도 커질 때임을 알 수 있다. 사회에 적응하고 생활기반을 잡기 위해서 아무 생각 없이 일에 묻혀 있던 때를 지나서 어느 정도 경제적 기반이 잡혔고, 가정을 이루었고, 아이들이 자라났다. 큰 꿈과 이상을 가졌던 젊은 시절을 지나오면서, 앞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과 살아갈 세상의 범위와 삶의 기회들이 줄어들고 한정되어 버렸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저만큼 앞서 가고 있는 것 같은 동기들과 자기 자신을 비교하며 좌절감이나 무력감을 느끼게 되는 나이. 그때 그러한 정서들을 충분히 토로하고 ‘그래도 너는 잘 살아온 거다.’라고 지지 받을 누군가가 없거나 스스로 자기 삶의 의미와 가치를 알아차리지 못할 때 관리자들은 외로움을 경험하게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은 ‘외로움’이라는 정서의 부적인 측면들이다. 그런데 ‘외로움’에는 이러한 부적인 측면들만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만약 관리자가 자신의 외로움을 잘 알아차리고 그러한 외로움을 유발시킨 상황과 관계와 자기 자신의 특성을 잘 성찰하여 이해한다면, 관리자는 ‘외로움’이라는 정서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전략적으로 활용된다면 많은 다른 정서들도 그러하듯 ‘외로움’ 또한 더 깊은 자기 자신과 만나고, 더 큰 내면의 역량을 키워낼 수 있는 보고(寶庫)가 될 수 있다.

 

외로움이라는 정서가 가진 ‘홀로 있음’이라는 속성은 소속되지 못하거나 배제되었거나 내팽겨졌다는 것만이 아니라, 온전히 자기 자신과 함께 할 수 있고 자기로부터 시작하여 즉 내면으로부터 외면으로부터 변화를 모색해볼 수 있는 속성으로 reframing을 해볼 수 있다. 사실 많은 창의적인 발상들, 창작활동들은 이 아무 것도 아무도 없는 것 같은 혼자만의 고요한 공간에서 일어난다. 또 타인들로부터 자신의 존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있으면서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독립적인 시간으로 reframing을 해볼 수 있다. 바쁘게 일하며 일과 사람에 휩쓸려 있을 때에는 사실 외로움을 느낄 겨를도 없다. 뭔가 틈이 생겼을 때 비집고 들어오는 것이 이 외로움이다. 이 얼마나 고마운 선물인가! 외로움을 만나면, ‘나를 위한 시간’이 지금 나에게 필요하다고 내 안의 내가 보내는 신호임을 알아차리자. 그것이 전략적인 정서 다루기의 시작이다.

 

그런데 ‘정서’라는 것을 잘 다루어본 적이 없는 관리자들은 특히 ‘외로움’이라는 나약해보이고 초라해 보이는 정서 앞에서는 불편하고 당황스러워하며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려버리거나(술, 자극적인 취미, 일 등), 그 정서의 본질이 자신의 외로움인지도 잘 알아차리지 못하면서 막연한 부정적인 정서에 휩싸여 타인을 비난하거나 상황을 비난하거나 자신을 비난하며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나는 최근 정서 다루기에 서투른 관리자들이 쉽게 자신의 정서를 만나고 정서를 다룰 수 있는 방법들을 개발하여 훈련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관리자 개인의 정서는 누구보다도 스트레스를 많이 경험하는 관리자 자신의 안녕에 영향을 미치고 그가 하는 의사결정의 질에도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그가 관리하는 조직과 조직원들의 정서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현재까지 내가 찾아낸 방법들이다.

 

- 정서를 긍정적인 것으로 인식한다. ‘정서는 내면으로 통하는 창문’임을 기억한다. 그 창문을 통하여 들어가면 자신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나 기회를 만날 수 있음을 믿는다. 그래서 정서는 억압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인식해야 하는 것임을 안다.

- 경험하는 정서와 함께 머무르는 방법을 배운다. 그 정서를 느끼지 않는 척하거나 서둘러 합리화하거나 다른 대상으로 주의를 옮겨버리지 말고, 느껴지는 그대로 잘 느껴본다(이완하기, 호흡하기, 바라보기 등의 방법과 함께 하면 효과적이다.).

 

- 자기 마음의 한 구석에서(제3자의 위치에서) 자기 자신을 관찰하며, 어떤 상황에서 무엇 때문에 자신이 그 정서를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지를 알아차린다.

- 자기 모습이 파악이 되면, 자기정서에 휩싸여 미처 보지 못했던 주변 상황과 다른 사람의 입장을 파악해본다.

 

- 자신의 모습과 타인 그리고 상황을 파악하면서 정서 이면의 문제나 기회들을 명확히 파악한다.

 

상기의 활동 중 어느 하나, 혹은 그 이상의 활동을 하는 도중에 정서는 그 강도가 약해지거나 소멸될 수 있다. 조직의 관리자들에게 있어서 특히 중요한 것은 정서 자각 자체가 아니라, 그 정서를 통해서 더 깊게 자기 자신과 자신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명확히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서를 제대로 인식하고 다룰 수 있다면, 정서는 올바른 인식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깊고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작용을 한다. 또한 정서관리는 인격적 성숙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상황을 조망할 줄 아는 것은 인격적 성숙의 주요 부분이며, 정서관리를 잘 하는 사람들에게도 발견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중요한 정서가 그동안 조직에서는 개인적인 영역으로, 업무에 방해가 되는 것으로 억압되어 온 것이 참 안타깝다. Mindfulness에 대한 연구 중심으로 정서관리, 마음관리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왔고, 직업 스트레스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어 왔으나, 아직 조직 정서 관리에 대한 연구는 미흡해 보인다. Mindfulness에 대한 기존의 저술들은 고차원적인 초월적 영역을 다루고 있거나 병자들을 치료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조직의 관리자들이 관심을 갖기에는 거리감이 있고 혼자서 쉽게 일상에 적용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만약 관리자들이 업무현장에서 빈번히 발생되는 정서조절의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정서관리 도구가 개발되어 제공된다면 조직에 분명히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