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개발연구소 로고

개망초꽃의 슬픔을 이야기한 친구에게

HIT 499 / 정은실 / 2009-01-15

 


오랜만에 한 친구를 만났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독립을 해서 성공적으로 자기 사업을 해가고 있던 친구입니다.

그녀는 최근에 자신의 ‘소망’이 아닌 ‘삶의 소명’을 발견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녀에게는 기쁨과 두려움이 함께 있었습니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더 선명히 알게 된 것은 기쁨이지만,

이제까지의 많은 것들과 앞으로 보장된 많은 것들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가면서

자신이 잃게 될 것들이 두려움을 일으킨다고 했습니다.

 

그녀에게 그 두려움을 잘 느껴보라고 말했습니다.

무엇이 떠오르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녀가 떠올린 것은 물과 촛불이었습니다.

그것이 그녀에게 어떤 의미를 던져주느냐고 묻자,

흘러가버리는 것, 스러지는 것, 남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것을 느끼면 무엇이 느껴지는가를 다시 물었습니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슬픔이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초라한 개망초꽃이 떠오른다고 했습니다.

장미같은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이 아직 마음 한 곳에 크게 있는데,

자신의 소명을 따르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개망초꽃 같은 삶을 살게 될 것 같아,

그것이 슬프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더 묻고 싶었습니다.

장미도 화려하게 아름답지만,

한 송이는 소박해도 함께 어울려 화사한 개망초꽃도 아름답지 않은가 하고.

하지만 묻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두려움 아래에는 슬픔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슬픔은 더 탐색되어야 할 또 다른 이야기가 있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마음의 일이란, 누가 어두워서 무서워한다고 하여,

‘어두워서 무서우면 불을 켜면 되잖아’,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느낌과 아주 잘 만날 줄 아는 그녀는 곧 자신의 문제를 푸는 자신의 열쇠를 찾아낼 것입니다.

느낌은, 자신과 만나는 여행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 수 있는 열쇠입니다.

행동과 생각의 저변에 있는 느낌은 쉽게 각색할 수 없는 우리의 아주 진솔한 부분입니다.

그녀는 그 열쇠를 가지고 있으니, 두려움의 문 앞에서 멈칫대고 있는 이번 여정도 잘 마칠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또 하나의 두려움을 넘어서며

하얀 개망초꽃 무리처럼 깨끗하고 밝은 미소로 환하게 웃게 될 것 같습니다.

 

친구! 소명으로 시작하려는 새로운 여정을 축하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