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색깔을 좋아하세요?

그저께 지인들과 모인 자리에서 좋아하는 색깔이 뭐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나의 대답은 유별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렇게 대답을 했거든요.

 

- 갓 피어난 첫 잎의 색깔과 같은 연둣빛

- 포도쥬스를 마신 컵을 물로 헹굴 때 나오는 아주 옅은 푸른빛이 도는 보랏빛

- 나뭇가지 사이로 올려다보는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빛

- 11월 말에, 낙엽송이 여러 그루 모여 있을 때 나타나는 아주 옅은 갈옷색

 

생각해보니 예쁜 색깔이 또 있습니다.

 

- 오늘처럼 추운 날씨에 밖에서 뛰어놀다 들어오는 둘째 아이의 빨간 뺨색

- 빨강머리 앤이 졸업식 때 입었던 카키색

- 석양이 아름다운 날 그 빛이 거의 스러져갈 때 산과 하늘의 경계를 이루는 색

- 하얗게 눈이 덮힌 산에 비가 내린 후 다시 추워진 날씨에 얼어붙은 투명한 얼음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을 때 그 투명한 얼음과 햇살이 만날 때의 색

- 하늘 맑은 날 햇살이 내리비치는 강물색

- 결혼 10주년에 보았던 제주도의 에머랄드같은 바다색

- 겨울바다의 포말에 담긴 흰색

 

아...! 끝이 없군요.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만난 아름다운 색깔들이 이렇게 많군요.

두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축복입니다.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용납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이 조금씩 진화해가고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아름다움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눈에 쉽게 보이는 아름다움 이외의 더 많은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