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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먼 도시에서 강의가 있는 날 - 그 이어짐

HIT 561 / 정은실 / 2009-02-23

  

 

이른 아침 먼 도시에서 강의가 있는 날, 나는 새벽에 길을 나선다.

아침이 오기 전 새벽은 유난히 어둠이 짙다.

아침이 한참 먼 것 같은 그 새벽 공간에는 이미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한 사람들이 있다.

따뜻한 이부자리를 빠져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나의 몸은,

밤과 아침이 교차하는 새벽의 기운 속에서 퍼뜩 정신을 차린다.

먼 하늘의 별빛을 바라보면 깊은 호흡이 일어난다.

머리가 맑아진다.

자동차에 시동을 건다.

7년을 함께 한 자동차는 오래된 친구처럼 편안하다.

도로를 달리기 시작하면 몸과 마음은 적당히 긴장이 된다.

아직 정체가 일어나지 않은 새벽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하면

어느새 짙은 어둠은 먼동을 만나고 이어 하얀 아침을 만난다.

아침은 먼 산 너머로 온다.

어둠에 묻혀 있던 산과 나무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하고,

수줍게 얼굴 붉히듯 먼 하늘을 물들이며 이내 하얀 아침이 온다.

아침은 늘 새아침이다.

모든 아침은 처음 느껴보는 것 같은 신선함을 안고 있다.

 

까만 새벽에서 하얀 아침으로 이어지는 드라이브가 끝나는 곳에는

처음 만나는 공간과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의 눈빛에도 처음 만나는 강사를 바라보는 신선함이 있다.

아침 9시, 나는 첫 말문을 연다.

말로 눈빛으로 몸짓으로 전하는 나의 생각과 느낌이 그들에게 이어진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과 이어지는 그 시간과 공간.

수많은 이어짐. 소통.

나는 그 공간과 그 사람들과 그 이어짐이 참 좋다.

그 이어짐 가운데 대부분은 그냥 봄눈처럼 스러져버리겠지만,

그 이어짐 가운데 어떤 것은 또 다른 이어짐이 될 것임을 나는 안다.

 

나와의 소통으로

누군가는 자기 업무를 더 잘 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들을 발견할 것이고,

누군가는 오래된 자신의 신념 하나를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할 것이고,

누군가는 뭔가 하고자 했던 일을 용기 내어 시작하게 될 것이고,

누군가는 새로운 관점으로 무료한 일상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할 것이고,

누군가는 더 깊은 자기를 만나는 통로 하나를 발견할 것이다.

 

그들과의 소통으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하고 싶지 않은 것,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

내가 더 배워야 할 것, 내가 더 생각하고 느껴야 할 것,

내가 더 버려야 할 것을

또 선물처럼 발견하며,

한 뼘 더 배우고 성장하고 확장되는 고요한 기쁨을 누리게 된다.

 

첫 만남이 마지막 만남이 될 수 있는 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그들의 박수소리와 미소와 따뜻한 눈빛을 기억하며 다시 나의 공간으로 돌아오는 길,

하얀 저녁은 편안한 어스름으로 어스름은 다시 밤으로 짙어진다.

나는 그 어둠 속에서 하루를 돌아보며

못다 전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최선을 다한 하루가 주는 달콤한 피곤함을 느낀다.

 

오늘 하루는 어디에서 시작하여 어디로 이어지는가......

오늘 나는 누구와, 무엇으로, 어디로 이어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