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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HIT 546 / 정은실 / 2009-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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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수 유

 

 

 

                                                      2009. 3. 12, 여주

 

 

산책길에 내 키보다 한참 큰 산수유 나무를 보았네.

들킬세라 수줍은 연노랑 꽃빛에 끌려 다가갔네.

이제 막 터지기 시작한 작은 꽃봉오리를 보았네.

작은 꽃봉오리 속에 그보다 더 작은 꽃송이들이 빼곡하게 들어 있었네.

긴 겨울 그 작은 꽃봉오리 속에서

스무 개가 넘는 꽃송이들이 함께 몸을 맞대고 꾼 꿈을 보았네.

씨앗에 기억되어 어미로부터 전해진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의 기억들을 보았네.

그 꿈과 기억에 하나하나 이름을 붙여 보았네.

 

꽃송이 하나에 기다림.

꽃송이 하나에 설렘.

꽃송이 하나에 기쁨.

꽃송이 하나에 희망.

꽃송이 하나에 그리움.

꽃송이 하나에 인내.

꽃송이 하나에 용기.

꽃송이 하나에 시작.

꽃송이 하나에 미소.

꽃송이 하나에 숨결.

꽃송이 하나에 따뜻함.

꽃송이 하나에 봄.

꽃송이 하나에 여름.

꽃송이 하나에 가을.

꽃송이 하나에 겨울.

꽃송이 하나에 하늘.

꽃송이 하나에 비.

꽃송이 하나에 바람.

꽃송이 하나에 눈.

꽃송이 하나에 흔들림.

꽃송이 하나에 나비.

꽃송이 하나에 햇살.

꽃송이 하나에 별빛.

꽃송이 하나에 달빛.

꽃송이 하나에 서리.

꽃송이 하나에 만남.

꽃송이 하나에 성장.

꽃송이 하나에 행복.

꽃송이 하나에 자유.

 

꽃송이를 들여다보는 나를 그 꽃송이들이 바라보고 있었네.

 

내가 산수유가 되고, 산수유가 내가 되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