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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정서 다루기

HIT 547 / 정은실 / 2009-03-15



새벽 2시가 가까워오는데 잠이 오지 않습니다.

잠자리에서 한참 뒤척이다가 의식이 점점 맑아지는 것을 느끼고

아예 일어나서 불을 켰습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잠은 잘 자는 내가 오늘은 왜 이럴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어떤 현상도 원인 없이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원인을 분석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입니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일 때, 특히 문제해결이 시급한 일일 때 그렇습니다.

그때에는 원인을 따지더라도 해결에 도움이 될 때에 한정할 일입니다.

남탓을 하거나 자책을 하는 것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서적인 불편함이 있을 때에는 현재 정서와 그것을 유발시킨 자극을 들여다보면 도움이 됩니다.

물론 이때에도 자책을 하거나 누구를 원망하기 위해서 원인을 찾는 것은 아닙니다.

유발된 정서를 보다 잘 알아차리기 위함입니다.

현재의 정서를 잘 느껴보면 그것의 뿌리가 보입니다.

무엇이 자극이었고,

내가 그 자극에 어떻게 반응했고,

나의 무엇이 그 자극에 그렇게 반응하게 했는가가 보입니다.

 

자극은 그저 자극이었을 뿐이고,

나에게는 다르게 반응할 수도 있는 수많은 선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안의 그 `무엇`이 그 자극에 그렇게 반응하게 했는가를 알아차리면

대개의 경우에는 정서 자체가 스르르 사라집니다.

마음에 가득 고였던 정서가 사라지거나 옅어지면

마음 안에 호수같은 공간이 생깁니다.

고요한 호수의 수면으로

하늘이, 구름이, 산이, 나무가 거울처럼 비치듯,

마음 안의 그 공간으로,

미처 보지 못했던 상대의 마음이 보이고 상황의 다른 측면이 보입니다.

 

마음의 보여주는 마법입니다.

내가 고요해지면 마음은 그렇게 모든 답들을 보여줍니다.

 

새벽 2시가 가까워졌습니다.

이제 잠이 오는군요.

자야겠습니다.

불면의 시간이 나에게 짧은 글을 하나 남기게 했습니다.

아, 마음을 한뼘 더 넓히게도 했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