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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산길 걷기

HIT 641 / 정은실 / 2009-03-27



맨발로 산길 걷기

 

 

                                       2009. 3. 25, 여주

 

 

관악산을 오르다가

운동화를 벗었다

양말도 벗었다

내 몸이 산을 만났다

 

생강나무처럼

진달래처럼

신갈나무처럼

소나무처럼

바위처럼

풀처럼

그저 그 땅에

아무 것도 걸치지 않고 서 있는

그 산의 생명들처럼

나도 그곳에 아무 것도 가리지 않고

온전히 내 모습 그대로 있고 싶었다

 

맨발로 걷는 산이

신발로 걷는 산보다 더 산같았다

 

신발을 신고 걸으면 산이 보였는데

맨발로 걸으니 내가 산이 되었다

 

내가 온전히 어떤 존재를 있는 그대로 느끼지 못함은

그 어떤 사람을

그 어떤 현상을

그 어떤 대상을

그대로 그 존재하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함은

내가 나 그대로 그들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임을 알았다

내가 나 그대로 그들 그대로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임을 알았다

 

맨발로 산을 올랐다가

맨발로 산을 내려오는 길

산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내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산이 나에게 잊지 말라 한다

내가 너였고 네가 나였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