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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에 만난 아름다운 손

HIT 625 / 정은실 / 2009-04-05

 


새벽에 화장실에 가려고 몸을 일으키시던 아버지 인기척에 잠이 깼습니다.

신발을 신으려고 하는 아버지를 부축하려고 하는데

‘아이쿠!’하시더니 빨리 간호사를 부르라고 하십니다.

살펴보니 가슴에 꽂힌 주사관이 빠지고 수액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혈관이 얇아져서 손발에 주사관을 꽂지 못하시는 아버지는

가슴에 혈관을 심고 그곳으로 주사를 맞고 계신데

어두운 밤에 불편한 몸을 움직이시다가

실수로 링겔 줄을 밟아버리는 바람에 가슴에 꽂힌 선 전체가 빠져버린 것입니다.

급히 달려온 간호사는 수액을 멈추더니 곧 의사 선생님이 오실 거라며

별 일이 없을 거라고 안심을 시켜주었습니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40분.

이 시간에도 당직 의사가 곧 달려올까 염려스러웠습니다.

지난 이틀 동안 상태가 많이 좋지 않으셨던 아버지는

작은 일이 생겨도 잘 놀라거나 노여워하시고

그러면 안 그래도 가쁜 호흡이 더 가빠지곤 하셨습니다.

역시나 아버지 호흡이 가빠지고 불안해하시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그런데 채 10분이 지나지 않아서 필요한 도구를 갖춘 의사가 왔습니다.

그의 얼굴에는 졸린 기색도 없었습니다.

상황을 확인을 하더니,

좀 아플 것이라며 한 번에 꽂아보자고 말하며 주사바늘을 잡고 찌르는 그의 손이

배려 깊으면서도 단호했습니다.

바늘이 빠지지 않도록 가재와 테이프로 고정을 하며 눌러주는 그의 손을 한참 바라봤습니다.

흰 부분 하나 없이 손톱은 짧게 잘랐지만, 여자 손처럼 섬세한 손이었습니다.

한 번 더 그의 얼굴을 바라봤습니다.

서두름 없이 침착한 손을 닮은 고요한 얼굴이었습니다.

이제 걱정 말고 주무셔도 된다면서 떠나는 그에게 진심을 담아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습니다.

 

퇴원 이틀 만에 상태가 더 악화가 되어 입원을 하신 아버지 옆에서 이틀 밤을 보냈습니다.

그 이틀 밤 동안

밤새 수시로 아버지를 찾아와서 체온을 확인하고 수액을 갈고 설명을 해주면서도

미소와 친절한 설명을 잊지 않는 간호사들,

그리고 한밤중에 달려와서도 침착하고 고요하게 자신을 일을 하고 가는 당직 의사들을 만났습니다.

많이 고마웠습니다.

특히 오늘 새벽에 보았던 그 아름다운 손을 오래 기억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