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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고 축하드리며

HIT 514 / 정은실 / 2009-04-21



 

비전나무님.

 

답글이 많이 늦었지요?

교산의 말처럼 며칠간 거의 아무 움직임 없이, 하지 않으면 큰 탈이 날 일만 하면서 지냈어요.

오늘은 아주 오랜만에 창밖으로 나무들이 보이는 거실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어제 아침부터 내리던 비가 멈췄네요.

잠시 전에 비구름 사이로 환한 햇살이 잠시 비치다가 사라졌습니다.

햇살이 비칠 때 봤네요.

이미 보들보들한 잎들이 한참 자라난 감나무 옆에서 이제야 잎을 내밀고 있는 대추나무를......

 

다른 나무들은 이미 신록으로 빛나고 있을 때에야 슬그머니 잎을 내미는 대추나무를 좋아해서

나는 해마다 4월이면 늘 그 잎을 기다리며 대추나무를 들여다보곤 했었는데

올해에는 그러지 못했음을 이제야 알아차립니다.

 

아버지 보내드리고 슬픔에 잠겨 있기는 했지만

마음은 그래도 비교적 고요하다 싶었는데,

며칠만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고요하지 못했음을 일상에 깨어있지 못했음을 알아차립니다.

늘 기다리던 대추나무 잎이 나오는 것만 몰랐던 것이 아니라,

일상의 다른 자극들에도 아주 둔감해져 있었어요.

평소 중요하게 여겼던 것들이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답니다.

마음의 문이 다른 곳을 향해 열려 있었어요.

 

물론 그 과정에서 새롭게 발견한 것들도 있습니다......

 

이제 다시 일상의 문을 열고 예전의 시간과 공간으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큰 일을 겪으며 열린 또 하나의 문이 닫힐 것 같지는 않습니다.

 

부모님은,

우리보다 삶을 먼저 시작하여 우리에게 생명과 현실을 살아가는 힘을 주셨고,

우리보다 삶을 먼저 끝내면서 우리에게 삶의 큰 지혜를 주시나 봅니다.

 

드디어 12월이면 엄마가 되신다구요, 비전나무님? ^^*

한 아기가 참 좋은 엄마를 만나게 되겠군요.

비전나무님이 몸도 마음도 오랜 수련으로 건강하게 잘 가꾸어진 상태에서

귀한 아기를 맞이하는군요.

아기에게도 축복이지만,

아마도 그 아기를 잉태하고 키워가는 그 기간이 비전나무님에게도

더할나위 없는 축복이실거예요.

지금의 아름다운 몸보다 더 아름다운 몸을 만나고,

어떤 수련을 하면서 얻었던 기쁨보다 더 큰 기쁨을 만나실 거예요.

 

많이 축하드려요.

특별한 그 기간을, 몸과 마음 더욱 잘 보살피며,

바쁜 일상의 흐름을 조금 늦추면서 소중한 시간 누리시면 좋겠어요.

 

목소리 한 번 들어요, 우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