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搜處作主 立處皆眞(수처작주 입처개진)

HIT 1860 / 정은실 / 2009-05-19



 

어제 지인으로부터 `搜處作主 立處皆眞(수처작주 입처개진).`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청계산으로 등산을 갔다가 구석에 피어있는 꽃 한 송이에 눈길이 갔다 했습니다.

눈에 잘 띄지도 않는 곳에서 꽃을 피운 그 이름 모를 꽃 한 송이를 보며,

임제 선사(중국 당나라 때의 선승)의 그 말씀이 생각이 났다 하셨습니다.

 

따를 수(隨), 곳 처(處), 지을 작(作), 주인 주(主), 설 립(立), 곳 처(處), 다 개(皆), 참 진(眞).

그 구석진 곳에서 꽃을 피운 풀처럼,

누가 보거나 보지 않거나 자기가 있는 곳 어디서나

자신이 주인이 되어 전력을 다하여 살면 그것이 진실이라는 뜻이라 했습니다.

 

좀 더 찾아보니, `수처작주 입처개진`의 뜻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수처`란, 조건과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환경이요 삶의 터다.

`작주`란, 인생의 주인이 되어 주체적으로 살아가라는 뜻이다.

`입처개진`이란, 어디에서나 참된 생명을 대할 수 있다(서는 곳마다 진리의 땅이 되리라)는 뜻이다.

 

어제는 내가 살아온 시간이 꽉 찬 마흔 두 해가 되는 생일이었습니다.

내 삶의 주인은 분명 나인데,

내가 주인의 역할을 하며 주체적으로 살아온 시간은 그 중 얼마가 되나 싶었습니다.

나 아닌 나로 변화하려고 했던 시간,

나보다 타인의 인정을 구했던 시간,

남과 나를 비교했던 시간,

가장 아름답게 꽃피워야 할 내가 무엇인가를 알지 못했던 시간,

나에게 주어진 지금 이 공간과 시간을 귀하게 여기지 않았던 시간, ......

그러한 시간들을 빼고 내가 삶의 주인으로 살아온 시간들이 얼마가 되지 않습니다.

아직도 자주 내가 주인임을 잊고 손님처럼 머무는 시간이 있습니다.

내 의식이 깨어있지 못할 때입니다.

 

수처작주 입처개진......

질문해봅니다.

지금 나의 환경은 어떠한가?

지금 나는 이 환경에서 주인이 되어 있는가?

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가?

지금 나는 참된 진실한 나와 세상을 만나고 있는가?

 

세상의 많은 수행법들을 경험하였으나

결국은 자신의 방법으로 진리에 도달하고 깨달음을 얻었던 한 위대한 인간이

이 세상을 떠나며 말씀하셨다는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

스스로를 스스로의 의지처로 삼고, 진리의 말씀을 의지처로 삼으라는 말씀.

네 자신의 등불이 되고, 다른 무엇이 아니라 진리를 등불로 삼으라는 말씀.

그 말씀이 떠오릅니다.

 

수처작주 입처개진의 의미를 새기면서

진정한 주인됨을 위한 지속적인 일상 속의 수련의 필요성을 더 깊이 느낍니다.